미국 빈곤층, ‘팬데믹 자녀보조금’ 중단에 다시 생계 위기

입력 2022-01-04 04:06

자녀를 둔 수백만 미국 가정은 지난해 7월부터 매달 15일이면 ‘두 번째 월급’을 받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불황을 감안해 이들 가정에 한 명당 250~300달러의 자녀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연말 세금환급을 통해선 부부 합산 연소득 15만 달러 이하 가정, 연소득 11만5000달러 이하 한부모가정은 3000~3600달러의 세금을 되돌려 받기도 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 헌팅턴시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제레미 핀리 부부에게 이 보조금은 없어서는 안 될 ‘사막 위의 오아시스’였다. 팬데믹으로 급여가 줄어든 그와 일자리를 잃은 아내는 보조금 덕택에 매달 1000달러에 이르는 아파트 월세를 내는 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6개월간 시행됐던 이 보조금이 올해 1월부터 중단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연방예산이 집행됐지만 시한이 명시된 행정명령으로 더 이상은 연장할 수 없어서다. 자녀보조금을 계속 지급하려면 의회의 예산안 동의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야당인 공화당의 ‘작은 정부론’에 다른 예산까지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녀보조금만 따로 의회의 동의를 받아내긴 힘든 실정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팬데믹 자녀보조금’이 중단되면 중산층 이하의 수백만 미국 가정이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고용시장에서 일자리가 넘쳐난다고 하지만 이는 뉴욕 자본시장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실리콘밸리 지역에 한정된 것일 뿐 활황과는 거리가 먼 중소도시 거주 중산층 이하 계층은 여전히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육체노동에 의존하는 일용직 근로자, 흑인·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하류계층은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 축소, 해고와 강제 무급휴직 등으로 생계조차 연명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급됐던 자녀보조금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2021년 미국 경제가 회생하는 데 상당부분 기여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생계비로 쓰였지만 이 돈이 다시 소비시장을 통해 풀리면서 경제의 다른 부분으로 유입돼 선순환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NYT는 “핀리 부부처럼 보조금 없이는 자립이 어려운 차상위계층이 올해부터 다시 절대적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진보파와 중도파가 대립하는 민주당 내에서도 보조금 연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