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마음을 잡는 후보가 오는 3월 9일 대선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총인구는 661만명이다. 30대는 662만명이다. 전체 성인이 4233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2030세대는 전체 성인의 31%를 차지한다. 비중도 적지 않은 것이다.
2030세대는 대선판을 흔드는 큰손으로 이미 떠올랐다. 지난 연말의 가장 큰 정치적 변화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다. 동시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올랐다.
이런 변화를 주도한 세력도 2030세대, 그중에서도 특히 20대다. 윤 후보에게 등을 돌린 2030세대가 안 후보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30세대에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일 “20대는 투표 경험이 많지 않고, 당파적 성향도 약해 이탈하기가 더욱 쉽다”면서 “안 후보 지지율이 오르는 건 무당파가 많은 2030세대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2030세대 지지가 빠지면 윤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김건희 리스크’에 발목
2030세대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빠진 것은 ‘김건희 리스크’와 ‘이준석 리스크’ 겹악재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윤 후보 자체의 콘텐츠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 2주 사이, 같은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서울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은 36.8%, 윤 후보는 30.8%를 기록했다. 안 후보 지지율은 9.3%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2030세대 지지율이다. 이 후보는 20대에서 25.4%의 지지율을 얻었고, 윤 후보의 지지율은 9.5%에 그쳤다. 안 후보는 20대에서 18.9%의 지지율을 얻으며 윤 후보를 ‘더블 스코어’ 차로 제쳤다.
30대 지지율은 이 후보(34.3%), 윤 후보(18%), 안 후보(14.3%) 순이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달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36%, 윤 후보는 35%의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
20대에서 이 후보(20%)와 윤 후보(19%)는 초박빙 접전을 벌였다. 안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9%였다.
2주 사이 20대 지지율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위치가 완벽하게 뒤바뀐 것을 알 수 있다.
30대에서는 이 후보 35%, 윤 후보 21%, 안 후보 4%를 각각 기록했다. 30대에서도 안 후보가 2주 만에 10.3% 포인트 지지율을 늘리며 약진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30서 이재명, 압도적 ‘우위’
40∼50대는 강력한 이재명 후보 지지집단이다. 반면 60대 이상은 윤석열 후보의 텃밭이다.
‘스윙보터’(투표할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은 2030세대가 선택하는 후보가 청와대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가설은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지난달 27∼2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연령별 인구수에 대비할 경우 같은 결론이 나온다.
투표율을 100%로 가정하면 이 후보는 40, 50대에서 806만372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윤 후보가 40, 50대에서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표는 459만9446표다. 40, 50대에서 윤 후보는 346만926표 밀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윤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이 격차를 거의 뒤집는다. 윤 후보는 684만9028표를 얻을 것으로 추산됐고, 이 후보는 364만8547표를 받을 것으로 계산됐다. 60대 이상에선 윤 후보가 오히려 320만481표를 앞서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 40대, 50대, 60대 이상의 가상 표를 집계하면 이 후보가 겨우 26만445표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다.
2030세대가 대선판을 흔들 가장 큰 변수라는 사실이 재입증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27∼28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후보는 2030세대에서 395만3678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윤 후보의 예상 득표수는 182만1439표에 그쳤다. 이 후보의 213만2239표 우세다.
“이준석 복귀는 중요하지 않아”
정치학 교수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번 대선의 핵으로 2030세대를 꼽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2030세대는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보다 누가 정치를 잘하고, 어떤 정당이 믿을 만한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스윙’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2030세대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지만 지난해 4·7 보궐선거 때는 국민의힘 지지 성향을 보여주면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도 “2030이 스윙보터고, 유동적이기 때문에 승부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잡기가 쉽지 않은 숙제”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특히 젠더 이슈에 민감한 20대는 윤 후보가 이 대표와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다 잡으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 후보가 과거 조국 사태 때 굉장히 비판적으로 나섰는데, 부인 김씨의 허위 경력 문제가 데자뷔처럼 나타나자 2030세대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윤 후보의 발언들도 표현 수위가 높았는데 상식을 가진 중도층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2030세대는 윤 후보가 공정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었다”며 “그러나 부인 의혹 등으로 윤 후보가 문재인정부 때 문제 제기한 공정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망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이 대표를 다시 (선대위에) 데리고 오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보수 전체에 실망한 만큼 특정 정치인 1명으로 2030세대 민심이 확 쏠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래 비전도 제시해야”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공정, 일자리,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은 물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묵 교수는 “평균적으로 보면 20대는 양질의 일자리가 얼마나 생길지와 공정과 정의 문제를 많이 따질 것 같다”며 “30대는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면서 결국 가장 민감한 건 부동산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2030세대는 아무래도 조국 사태 등으로 공정은 물론 일자리 문제에 굉장히 민감할 것이고, 부동산 급등에서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측면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후보에게 마음이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원호 교수는 “20대는 희망을 주길 원하는 것 같다”며 “10년 후, 30년 후 한국이 어떤 나라가 돼야 하는지, 정치권이 20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는 방향을 제시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