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년 여론조사 지지율 ‘골든크로스’(역전 현상)에도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역시 섣불리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후보 측은 지지율 추이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논의는 초대형 변수다. 또 국민의힘이 현재의 집안싸움을 정리하고, 다시 ‘원팀’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여론조사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으로 ‘안정감’ 쌓기를 택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급격한 기조 변화보다는 정제된 정책공약 발표 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부산신항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저희가 잘해서 지지율이 올라간 게 아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국민께서 좀 듣기 불편한 퇴행적인 말씀들을 많이 하다 보니 그분(윤 후보)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각각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8.9~12% 포인트 격차로 우세를 점한 데 대한 평가였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국민비전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도 지지율 역전의 배경을 “골든크로스가 아니라 상대 후보 여론지지가 떨어지면서 생긴 ‘데드크로스’”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가 때 이른 ‘대세론’을 경계하는 건 국민의힘 내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변수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2일 “절대 국민의힘이 저렇게 지리멸렬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선대위를 개편하면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다시 뭉치면 2~3일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윤 후보가 열세인 상황이 되레 국민의힘 내부를 단결시킬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다. 한 초선의원은 “결국 막판에는 진영 대 진영으로 세가 나뉘어서 결집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한 재선의원은 “윤 후보가 밀리는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관련 주장이 나올 것”이라며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면 또다시 정권교체론이 불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극적인 선거전략 변화보다는 안정감을 쌓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음식점 총량제처럼 툭 던졌다가 주워 담는 말들은 삼가고, 굵직한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무게감·안정감을 보여주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안규영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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