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도 ‘가계대출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가계대출 예상 증가액은 최대치로 잡아도 지난해(110조원)보다 최소 13조원 줄어든 두자릿수(97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와 같은 대출절벽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새해 첫날부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출 수요자가 몰리며 뱅킹앱 대출 기능이 다운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628조원으로 직전해 대비 110조원가량(7.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증가율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5~6%대)를 뛰어넘었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4~5%대로 제시하며 ‘돈줄 조이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보다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낮아지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력도 적지 않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증가율을 최대로 넉넉하게 용인해 5.9%까지 허용한다고 가정해도 지난해 대비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97조원에 그친다. 증가율이 4.1%인 경우 67조원, 5.0%인 경우 81조원의 대출 여력이 발생한다. 지난해 증가액(110조원)과 비교하면 가계대출 총량 증가액이 최대 43조원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출이 필요할 때 공급이 바닥나는 ‘대출절벽’에 대한 공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같은 대출절벽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간·상황별로 대출 총량을 유연하게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대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일단 받고 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난 1일 시중은행보다 먼저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재개한 토스뱅크에는 새해 첫날 오전부터 신청자가 몰려들어 앱의 대출 기능이 먹통이 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주요 재테크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언제 대출이 다시 끊길지 모르니 무조건 최대한도로 받아두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앞서 토스뱅크는 2%대 금리·최대 한도 2억7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내세우며 지난 10월 출범했으나 금융당국의 규제에 막혀 9일 만에 대출 사업이 좌초되고 올해 들어서야 대출을 재개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고신용자 대상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올해에도 대출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도입되며 대출 수요가 진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도입된 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대출액 2억원 초과자는 연 소득의 40% 이상을 빚 상환에 쓸 수 없게 된다. 7월부터는 3단계 규제가 도입돼 이 기준이 총대출액 1억원으로 강화된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1분기 내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하고 나선 만큼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