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순도 모르더니 월북도 놓쳐, 면피성 대책으론 안 된다

입력 2022-01-03 04:03 수정 2022-01-03 04:03

군의 최전방 경계가 또 뚫렸다. 잊을만하면 들리는 소식이어서 충격적이지도 않다. 노크 귀순, 철책 귀순, 헤엄 귀순을 몰랐던 군은 이번에는 철책을 통한 월북을 놓쳤다.

신원 미상의 월북자는 새해 첫날인 l일 오후 6시40분쯤 강원도 최전방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었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GP(감시초소) 근처였다. CCTV가 철책을 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지만, 감시병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철조망 감시센서(광망) 경보도 정상 작동됐다. 하지만 경보를 듣고 투입된 군 병력은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군은 오후 9시20분쯤 비무장지대(DMZ)에서 군 열상감시장비(TOD)로 월북자를 포착해 작전 병력을 투입했으나, 월북을 막지 못했다. 이 부대는 2020년 11월 북한군 1명이 철책을 넘어 귀순한 이른바 철책 귀순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당시 철조망 감시센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군은 수십억원을 들여 감시센서와 감시카메라를 추가했다. 이번에는 감시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런데 군이 감시 장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경계망에 구멍이 뚫렸다.

군은 경계 실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국민 사과’ ‘지휘관 인사조치’ ‘철저한 대책 마련’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2월 헤엄 귀순 사건 당시 국방부는 경계 실패 책임을 물어 22사단장을 보직해임하고 수십 명의 장교를 인사조치했다. “환골탈태의 각오로 보완대책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군의 재발 방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약속을 믿는 국민도 별로 없는 듯하다.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성추행과 은폐, 불량 급식 문제에 이어 경계 실패마저 군의 고질병이 되고 있다. 되풀이되는 경계 실패가 해이해진 안보의식 때문인지, 인원 부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인지 제대로 된 원인분석부터 해야 한다. 면피성 사과와 대책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