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성교회(변석희 목사)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자그마한 상가 교회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지만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사실상 문을 닫은 곳이나 다름없었다. 출석 교인이 1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변석희(40) 목사는 이런 교회에 지난해 5월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교회를 개척했다는 심경으로 전도에 나섰고, 성도는 서서히 늘어 현재 8명이 됐다.
그런데 이렇듯 작은 교회에서 최근 청년들을 격려하는 장학금 프로젝트를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예성교회에 따르면 장학금은 예성교회에 출석하는 청년 가운데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 지급된다. 액수는 10만원이다.
이쯤 되면 누구나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출석 교인이 8명밖에 안 되는 미자립교회에서 왜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며, 어떻게 장학금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일까.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변 목사가 전한 설명은 이랬다. 그는 올여름 한국 청년들 가운데 경제적 형편 탓에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이가 많다는 뉴스를 접했다. 변 목사에겐 이 소식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변 목사는 2016~2019년 중남미에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목회를 했었는데, 가난한 나라인 이 국가에서도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변 목사는 매일 삼시 세끼를 챙겨 먹는 게 죄스러워서 10월부터 식사량을 하루 한 끼로 줄였다(그 결과 지난 3개월 사이에 몸무게가 12㎏이나 줄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청년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했고, 때마침 사업가인 예성교회 한 집사가 장학금 재원을 감당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집사님은 2개월 전쯤부터 교회에 출석하고 계신 분인데,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청년을 돕고 싶은 마음이 예전부터 많았다고. 장학금은 교회에 나오는 청년들에게 지급할 예정인데, 현재로서는 수혜자가 1명밖에 없어요. 집사님께서 직접 전도한 청년이 첫 수혜자가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예성교회에 출석하는 ‘취준생 청년’이 많아질 경우 어떻게 되는 걸까. 미자립교회인 이 교회는 몇 명까지 장학금을 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변 목사는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게 저와 집사님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통해 작은 교회도 청년들을 섬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며 “하나님이 예성교회를 선교의 도구로 잘 활용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