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부터의 통신’ 저자이자 한·일 화해와 협력을 강조한 지명관(사진) 전 한림대 석좌교수가 1일 별세했다. 향년 98세.
고인은 북한, 남한, 일본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주요 공간을 거쳐오며 ‘경계인’의 눈으로 역사와 미래를 바라본 지식인이었다. 1924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나 김일성대학 1회 입학생이었다가 1947년 월남했다.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했다. 덕성여대 교수를 거쳐 월간지 ‘사상계’ 주간으로 활동했으며 박정희 정권을 피해 1973년 도일했다.
고인은 도쿄여대 교수로 일하며 조국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지원했고, 일본에서 피랍되기 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났다.
일본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TK생(TK生)이라는 필명으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15년간 연재하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국내 정보기관의 추적에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다가 2003년 세카이를 통해 비로소 알려졌다.
1993년 귀국해 이듬해부터 한림대 석좌교수이자 일본학연구소 소장을 맡아 10년간 근무했다. 고인은 “내가 처음 연구소를 맡았을 당시 국내에는 일본학 연구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면서 “한림대 일본학연구소는 국내 일본학 연구소 1호이자 한국에서 일본학 연구의 시민권을 준 연구소”라고 평가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한일문화교류회 위원장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에서 취임사준비위원회 위원장과 KBS 이사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사상가 역사가 저술가 일본전문가로서 평생 반독재와 남북평화, 한·일화해를 주장해 왔다. 박정희 정권의 핍박을 받았으면서도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이 나름 위대했다고 평가하며 “어느 시대나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게 마련이고, 그걸 넘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역사를 그렇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움직인 현대사 61장면’ ‘저고리와 요로이’ ‘한국 현대사와 교회사’ ‘한국과 한국인’ ‘한일 관계사’ 등 10여권의 책을 썼고 대부분 일본에서도 출간됐다. 80세에 쓴 회고록 ‘경계를 넘는 여행자’는 국민일보와 세카이에 동시 연재됐고 양국에서 출판됐다.
유족으로 부인 강정숙씨와 자녀 형인(게이오대 교수) 효인(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임원) 영인(미네소타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도 이천 에덴공원묘(02-2072-2020). >> 관련기사 39면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