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4년 9개월만에 석방

입력 2021-12-31 04:07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은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들로 가득 찼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구속돼 4년9개월 수감돼 있었다. 권현구 기자

신년 특별사면 명단에 오른 박근혜(69) 전 대통령이 31일 0시 석방됐다. 2017년 3월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지 4년9개월 만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주변은 지지자들이 보낸 사면 축하 화환이 장사진을 이뤘다.

법무부는 31일 0시를 기해 삼성서울병원 병실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 절차를 진행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가 사면 효력이 발생하기 직전 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증을 교부했고, 이어 병실에 상주하던 5명의 계호 인력은 철수했다. 계호 인력이 떠난 자리는 경호 인력이 대신한다. 탄핵으로 인해 전직 대통령 예우는 못 받지만 최소한의 경호 인력은 제공된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수감 생활 중 건강이 나빠져 최소 내년 2월 2일까지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병으로 지난달 22일 입원한 박 전 대통령은 당초 한 달간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6주 이상 추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후 10시쯤부터 병원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쾌유 기원과 명예회복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회장 주변 도로에는 ‘석방은 시작! 박근혜 대통령 명예회복 될 때까지!’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구시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께서 건강이 회복되시면 찾아뵙고 싶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크게 환영하고 조금 더 일찍 나오셨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빨리 석방돼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피력했다. 그는 옥중 서신을 모은 이 책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었던 윤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윤 후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를 기소한 것을 두고 “남을 속이려고 들면 들수록 더 깊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버리는 평범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랏일을 맡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유대한민국을 다시 살리는 일에 힘을 실어 달라’는 지지자의 편지엔 “제가 대한민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형민 오주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