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더기 통신 조회 논란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사실상 불법 사찰을 하며 대선 개입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했을 때도 검찰의 통신 조회가 있었다는 점을 내세워 “야당의 내로남불”이라고 역공을 폈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통신자료 조회는 수사의 기본”이라며 불법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공수처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가장 먼저 저격수로 나섰다. 권 의원은 “(공수처가 수사하는 고발사주 의혹의)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김웅, 정점식 의원 두 명”이라며 “(국민의힘 의원) 84명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는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 처장은 “그 부분은 과도하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권 의원은 “장관급인 공수처장에 임명해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보은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처장은 “그건 지나친 말씀”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사장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공격에 나섰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282만여건의 통신자료 조회가 있었다는 민주당 주장에 유 의원은 “같은 기간 검찰이 처리한 사건이 240만건”이라고 반박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런 식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를 두고 어떻게 합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무식한 것 아니면 무능한 것”이라고 김 처장을 몰아세웠다.
판사 출신 전주혜 의원은 “대선 후보와 배우자까지 통신 조회하고, 고발사주 의혹 수사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이게 바로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불법 사찰이 아닌 정상적인 수사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검사장 출신 소병철 민주당 의원이 “공수처가 통신자료 확인한 것을 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건 정치공세”라고 하자, 김 처장도 “조금 지나친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박성준 의원이 “통신자료 조회는 하나의 수사 수단 아니냐”고 묻자 김 처장은 “검찰과 경찰에 물어보면 수사의 기본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김용민 의원은 윤 후보의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으로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검사가 판사를 사찰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피의자 윤석열을 소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김 처장은 “정치적 논란의 시발점은 사건 입건 때문”이라며 “사건 입건에 대한 공수처장의 권한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수처 통신 조회 문제가 불법 사찰 문제로 비화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분위기가 있다. 부인 김건희씨 논란과 국민의힘 내홍 등으로 윤 후보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공수처 불법 사찰 의혹이 역공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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