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통신자료(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라고 해서 ‘단톡방’에 있는 가입자 전화번호와 로그 기록, IP만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30일 수사기관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에 카카오가 응하는 방식과 범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피의자의 통신영장을 발부받는 것을 전제로, 해당 피의자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날짜·시간 등의 로그 기록을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
“피의자와 통화한 적이 없는데 왜 나도 조회됐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던 이들은 결국 ‘단톡방 속 상대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광범위하게 진행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자료 조회는 카카오톡과 통신사들의 제공 정보를 조합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카카오톡으로부터 피의자와 단톡방을 형성한 전화번호들을 수집하고, 통신사를 통해 이 번호들의 주인을 확인하고, 또다시 카카오톡에 요청하는 방식을 취해온 것으로 해석한다.
올 상반기 카카오는 수사기관으로부터 1002건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을 받아 844건을 처리했다. 그 결과 1192개의 카카오톡 계정 관련 정보가 수사기관으로 제공됐다. 공수처가 출범한 올 들어 이 수치가 급증했다고 보긴 어렵다. 카카오가 제공한 계정 수는 2019년 상반기 1404개, 하반기 2023개, 지난해 상반기 1329개, 하반기 1076개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많고 적음의 변화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이것을 하지 말라면 수사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지만, 통신자료 조회는 여전히 기본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그 근거 법령은 현재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다. 단톡방 참여자들의 전화번호 수집도 매번 논란이 돼 왔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2014년 세월호 집회 수사를 펼치며 단톡방 참여자 2000여명의 전화번호를 수집했을 때 ‘사이버 망명’ 열풍이 불었던 일이 거론된다. 당시에는 현 여권의 공세가 컸고, 이석우 당시 카카오 대표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수사 목적의 요청에 응했다가 고객을 잃는 괴로움을 토로한 것이다. 이번에도 “대화 내용까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느냐”는 불안감이 확산하는 실정이다. 수사기관이 요건을 갖춰 요청하더라도 내부에서 다시 한번 점검해 응하고 있으며, 대화 내용은 서버에 2~3일간만 머무르고 삭제된다는 것이 한결같은 카카오 측의 입장이다.
김 처장은 공수처 이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훨씬 더 많은 통신자료를 수집한다고 항변한다. 검경과 국가정보원 등이 연간 수백만건의 통신자료를 제공받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수사 인력의 규모나 다루는 사건의 범위 등에서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공수처는 검경에 비해 수사 범위가 고위공직자 범죄로 한정된다. 검찰은 매년 70만명 안팎을 기소했지만 공수처는 올해 기소가 0건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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