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반발에… 정부 ‘우유값 낮추기’ 헛바퀴

입력 2021-12-31 04:04

우유 가격을 낮추기위한 정부의 시도가 난관에 봉착했다. 2개월여 동안 논의를 지속했지만 칼자루를 쥔 생산자 단체를 설득하지 못했다. 수요 대비 공급 수준에 따라 우유 가격을 결정하겠다는 정부 취지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가격 결정 구조 변화로 손해를 볼 수 있는 생산자 단체 일각에서는 거센 반대 여론이 여전하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합리적인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30일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핵심은 현행 우유 가격 결정 구조 개편이다. 흰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은 2013년부터 시행한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라는 제도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공급 현황과 관계없이 인건·사료비 등 원유 생산비가 늘어나면 가격이 인상되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흰우유 소비가 줄었는데도 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국내 생산 원유 중 10%가량인 약 23만t이 소비 감소 여파로 매년 폐기되는 상황에서도 올해 원유 가격은 2.3%가 올랐다.

농식품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가격 구조 이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흰우유 제조에 필요한 원유 가격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치즈 등 유제품용 원유 가격은 낮추자는 것이다.

이는 시장 현실을 반영한 개선안이다. 2001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국민 1인 당 유제품 소비량은 20년간 31.3%나 증가했다. 언뜻 보면 우유 가격이 올라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소비량 증가의 원인을 보면 정부 개편안에 납득이 간다. 흰우유 섭취는 줄어든 반면 치즈 등 유제품 소비가 늘었다. 수요가 많은 유제품용 원유 가격도 흰우유 용과 동일하다보니 수입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지난해 기준 ℓ 당 491원인 미국산 원유로 만든 치즈가 1083원/ℓ인 국산 원유로 만든 치즈보다 경쟁력이 뛰어나다. 수입산 점유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식품부는 가격 결정 구조를 개편하면 버려지는 원유를 싼 가격에 유제품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젖소를 키우는 생산자 단체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현행법상 원유 가격은 생산자 단체 대표를 포함한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가격 결정 구조 변경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5차례 걸친 논의에서도 결론을 못 낸 이유이기도 하다.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시행 방안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