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30일 “명백한 합법 행위”라고 감쌌다. 어처구니없고 당혹스럽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전체 의원의 80%가 넘는 80여명과 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 언론인 등에 대해 무더기로 통신조회한 것이 문제가 없다고 변호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야당일 때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조회를 ‘사찰’이라고 공격했던 그 민주당이 맞나 싶다.
민주당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국가정보원과 수사당국의 통신조회 논란이 불거지자 강력하게 규탄했었다.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선 후보도 그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인과 측근들의 휴대전화 번호 14개의 통신자료를 검찰과 경찰이 총 51회 조회한 사실을 공개하고 “국가기관의 전방위적 사찰·조작·공작·감사·수사가 이어지고, 불법 수단조차도 거리낌 없이 동원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랬던 민주당인데, 원내대변인은 이날 공수처의 조회는 법원 허가 없이 하는 정보 조회라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법령에 의해 한 건데 사찰이라고 볼 수 없다”고 공수처를 두둔했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가 불법은 아니다.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비해 조회 내용이 제한적이어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남용될 경우 인권 침해와 과잉 수사, 사찰 악용 가능성이 있어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당사자에 사후 고지하는 등의 통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통신자료 조회를 문제 삼은 것은 그런 주장에 동의했기 때문일 게다. 그래놓고 이제는 공수처의 무더기 조회가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내 편을 겨냥한 통신조회는 사찰이고 상대를 겨냥하면 정당한 수사기법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민주당은 검찰과 경찰도 조회를 하고 있고,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일 때 더 많이 조회했다며 방어막을 쳤는데 구차한 물타기다. 이러니 이날 국회에 출석한 김진욱 공수처장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기는커녕 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회한 공수처만 문제 삼느냐고 항변한 거 아닌가. 민주당은 공수처를 두둔할 게 아니라 남용을 지적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어야 했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돌변하는 민주당의 태도, 위선이 정권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 한심할 따름이다.
[사설] 통신조회 남용 공수처 감싸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입력 2021-12-3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