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의 지방 도시에서 밀입국을 알선하고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어긴 용의자들을 당국이 거리에 끌고 다니며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일이 벌어졌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시절에 있었던 조리돌림이 무려 60여년이 지난 2021년에 등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중국 매체 신경보 등에 따르면 광시좡족자치구 징시시 검찰청은 지난 27일 다른 사람의 밀입국을 돕고 감염병 예방 조치를 방해한 혐의로 중국인 황모씨, 비모씨 2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불법 입국한 외국인 2명을 데리고 징시에서 난닝으로 이동하던 중 공안 경찰에 붙잡혔다. 이 중 1명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징시시 내 3개 도시의 초·중·고교가 긴급 휴교하고 5만명에 가까운 주민이 격리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방호복을 입은 용의자 4명은 가슴에 얼굴 사진과 이름이 적힌 팻말을 걸고 경찰에 잡힌 채 거리를 걷고 있다. 주변에는 무장경찰이 배치됐고, 이들을 세워두고 당국자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기도 했다. 트럭 짐칸에 이들을 태우고 거리를 지나가는 장면도 나왔다. 경찰은 또 거주지 주변에 신상정보와 사진을 담은 벽보를 붙였고, 벽에도 스프레이로 ‘밀입국을 도운 집’이라고 적었다.
징시 당국은 “관련 규정에 따라 위법 행위에 대해 현장 징계 경고 활동을 벌인 것”이라며 “부적절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외국에서 들어올 경우 장기간 격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관련 게시물은 조회수가 4억회에 달했고 수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당국의 조치를 지지하는 내용이 다수지만 문명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랍다는 반응도 있었다. dpa통신은 “문화대혁명 시기 흔했던 공개 망신 주기를 강하게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문화대혁명 기간 홍위병들은 중국 전역에서 반혁명 혐의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명단을 대자보에 공개하고 거리로 끌고 나와 사람들 앞에서 망신 주는 조리돌림을 했다.
중국 사법 당국은 모욕적인 행위에 대한 자성의 의미로 1988년 6월 합동 통지문을 발표하고 기결수와 미결수를 거리에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는 행위를 금지했다.
한 네티즌은 “이 장면은 60년 전에 있었고 나이 든 사람은 한 번쯤 봤을 것”이라며 “징시 당국의 행위는 중국 법치를 후퇴시킨 위법 행위이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