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51) 감독이 고비에 부딪혔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40년 만의 국제대회 우승컵을 가져다줄 기회에서 숙적 태국을 만나 대패했다. 2차전에서 대승을 해야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29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스즈키컵 결승 1차전에서 0대 4로 패했다. 다음 달 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4대 0 승리해야 연장전을, 5골 차로 이겨야 연장 없이 대회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
전반에 내준 선제골이 인도네시아로선 뼈아팠다. 태국은 전반 1분 30여초 만에 오른쪽 풀백 필립 롤러가 인도네시아 수비진을 드리블로 무너뜨리며 페널티박스로 돌파했고 그가 내준 공을 태국 최고 축구스타이자 일본 J리그 출신 차나팁 송크라신이 마무리지었다.
인도네시아는 이후 태국의 공세를 버텨내며 역습을 노렸다. 전반 36분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K리그2 안산 그리너스 소속 아스나위가 왼발 슛을 날리며 포문을 연 인도네시아는 4분 뒤 왼쪽 측면 돌파 뒤 날아온 크로스를 알피안드라 데완가가 받았지만 무주공산 기회에서 왼발로 골문 높이 차버리며 기회를 무산시켰다.
인도네시아는 역전을 위해 공세에 나섰지만 불안한 뒷문에서 탈이 났다. 후반 7분 선수들이 모두 하프라인 근처로 올라온 상태에서 태국의 역습을 맞았고, 뒤늦게 복귀한 수비진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태국 기대주 수파촉 사라차트가 드리블 돌파 뒤 공을 송크라신에게 건냈다. 송크라신은 노련하게 공을 골문 구석에 낮게 꽂아 넣었다. 전의를 상실한 인도네시아는 사라차트와 보딘 팔라에게 한 골씩을 더 허용하며 무너졌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신 감독은 “전반에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득점을 했다면 경기가 더욱 박진감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공은 둥글다. 언제든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며 “1차전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예선부터 우리가 잘했던 점을 복기해 2차전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1987년과 91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금메달 이후 국제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특히 동남아 무대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오랜 숙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전까지 스즈키컵 결승에만 총 5차례 진출했지만 우승하지 못했다. 이 중 3번의 결승에서 태국에 우승컵을 뺏겼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출전했던 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건 이 같은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