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벌건 대낮 쇼핑몰 성폭행범 집행유예, 납득 안 된다

입력 2021-12-31 04:07
대낮 도심 대형 매장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2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처음 본 10대 여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범죄자가 버젓이 다시 거리를 활보하게 된다니 국민 법 감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 성인이 아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가중처벌이 가능한 중범죄이다. 법원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전지법 형사 12부는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28살 남성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여름 세종시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여학생을 남자 화장실로 강제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당시 피해 학생은 저항했으나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범행 과정의 일부는 매장 CCTV에 녹화됐다. 재판부는 “한낮 공개된 장소에서 쇼핑하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형법 제7조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형이 선고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반성문을 75차례 썼으며, 피고인과 합의한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했다는 이유다. 양형기준에서 할 수 있는 감경요인을 모두 적용해야 최저형인 3년형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리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도 피고인에게 너무나 관대한 처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초범에 반성문을 쓰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인가. 판사가 성폭력 범죄자를 양산하는 꼴이다. 검찰이 낮은 형량이라고 반발하며 즉각 항소했다니 법원은 차후에라도 상식에 맞는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