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경쟁에 동나… 드라이아이스 수급 전쟁

입력 2021-12-31 04:06
마켓컬리의 재사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 마켓컬리 제공

이커머스 업계의 신선식품 배송 경쟁으로 드라이아이스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배송·배달 급증에 원료 공급량 감소가 겹치면서 수시로 드라이아이스 부족사태가 빚어진다. 급기야 유통업계는 직접 드라이아이스 생산에 뛰어들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드라이아이스 제조설비업체 빅텍스의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컬리는 빅텍스와 협업해 드라이아이스 생산공장을 조성하고, 내재화 작업에 착수한다. 외부에서 사들이던 드라이아이스 가운데 상당량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컬리 관계자는 “드라이아이스 물량을 원활하게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드라이아이스 구매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쿠팡도 경기 용인공장에서 드라이아이스 물량 일부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전담자회사 CPLB는 드라이아이스 생산직을 대규모 채용했다. CPLB는 최근 국내 드라이아이스 점유율 1위 기업인 태경케미컬 출신 임원도 선임했다.

이커머스 업계가 드라이아이스 직접 생산에 뛰어든 건 지난해부터 드라이아이스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포장에 필수인 드라이아이스가 없으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급증한 배송 물량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장보기와 새벽배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데다, 코로나19 백신 수송에도 드라이아이스가 쓰이면서 물량 확보가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는 드라이아이스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지난해부터 드라이아이스 제공량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최대 포장 가능시간이 2시간이었지만, 지난해 상반기 1시간에 이어 같은해 9월에 30분으로 줄였다.

드라이아이스 수급난은 길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화학공장과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추면서 원료인 탄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드라이아이스 판매가격은 2015~2017년 ㎏당 173원에서 지난해 243원, 올해 1분기 261원까지 올랐다. 가격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