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 저항 카페에 압수수색… 공권력 남용 아닌가

입력 2021-12-31 04:05
지점을 몇 개 두고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지난 18일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에 반기를 들었다. 2년 동안 영업제한에 시달려 망할 지경인데 또 장사를 하지 말라니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우리 가게는 24시간 영업하겠다”고 선언하며 공개적으로 방역 불복을 밝혔다. 만약 그가 수익을 목적으로 방역에 저항한 거였다면 이렇게 대놓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몰래 손님을 받으면서 조용히 영업하는 길이 훨씬 이득임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온갖 SNS에 퍼뜨리며 요란하게 저항한 취지는 “방역지침을 거슬러 돈을 벌겠다”가 아니라 “내 말을 좀 들어봐 달라”는 뜻이었다. 이를 눈치 채지 못하기는 정말 어려웠는데, 그 어려운 일을 경찰이 해냈다. 인천경찰청이, 그것도 중대한 사건을 골라서 다룬다는 광역수사대가 29일 이 카페의 본점과 지점 두 곳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영업 정보를 탈탈 털어갔다는 뜻이다. 영업제한 시간에 출입한 손님들까지 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과연 경찰이 핵심 역량을 투입해 전면 수사에나 사용될 압수수색 기법을 동원할 일인가. 이 카페는 지자체에 의해 고발되자 21일부터 오후 9시에 문을 닫아왔다. 과태료와 영업정지 처분을 감당할 수 없어 저항 영업 사흘 만에 꼬리를 내릴 만큼 허약했다. 더구나 카페 주인이 30일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예정돼 있었음에도 경찰은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도망과 증거 인멸의 우려를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남용이다. 지금이 2021년이 맞는지, 1970년대로 돌아간 것은 아닌지 의아하게 만든다. 약자에게만 강한 면모를 보여 온 경찰의 습성이 되살아난 듯하다. 민주노총이 방역지침을 보란 듯이 어기며 수차례 불법 집회를 강행하고 점거농성과 심야 술판까지 벌일 때 경찰은 단 한 번이라도 그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봤는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스토킹 피해자들이 잇따라 피살될 때 인력이 없어서 그랬다더니 카페 하나를 탈탈 털자고 달려들 인력은 남아돌았던 것인가. 이따위 일이나 하라고 수사권을 조정해 경찰의 권한을 키워준 것은 결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