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48>]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 “기도 덕에 살고 있어요”

입력 2021-12-31 03:03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연수가 위루관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연수(가명·3)는 진종일 누워서 지낸다. 혼자 힘으로는 몸을 움직일 수도, 똑바로 설 수도 없고 주변의 도움 없이는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의사 표현도 불가능하다. 면역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약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는 외출도 힘들어졌다. 연수의 어머니인 김수연(가명·36)씨는 딸이 조금이라도 편안한 자세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틈틈이 연수의 자세를 바꿔주곤 한다. 이들 모녀의 일상은 언제쯤 편안해질 수 있을까.

김씨가 딸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한 건 임신했을 때였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아이를 지우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로서 그럴 순 없었다. 연수는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였다. 김씨는 아이를 낳기로 했다. 그러나 출산 이후 확인한 연수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다. “연수가 태어난 직후 막 울다가 갑자기 울음을 멈췄다고 하더군요.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좀 이상하다’고 해서 바로 검사를 받으러 갔죠.”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은 건 생후 7개월쯤이 지났을 때였다. 당시 연수는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해 코에 연결한 줄로 영양분을 섭취해야 했다. 그런데 의료진이 ‘아기가 깜짝깜짝 놀라는 증상이 있다’며 검사를 권했고, 검사 결과 나온 병명은 뇌전증이었다. 입원 치료를 7개월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별의별 치료를 다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재 연수는 위에 연결된 튜브인 위루관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한다. 매일 4종류의 약을 먹어야 하고 자주 병원에 가야 한다. 집과 병원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만 매일 3시간이다.

김씨는 연수가 조금이라도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면서 딸이 각종 재활치료를 받게 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부담 탓에 원하는 만큼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연수에게 들어간 병원비는 5000만원에 달한다. 김씨가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매달 받는 양육비는 70만원인데, 이 금액으론 치료비만 겨우 감당할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친정 부모님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김씨는 “부모님도 곧 70대가 되는데 언제까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기댈 순 없는 노릇”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수를 키우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하게 됐어요. 앉거나 손을 잡는 것, 아장아장 걷는 것…. 남들은 이런 일들이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연수는 아니거든요.”

물론 하나님을 원망한 때도 있었다. 김씨는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신앙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다”며 “많은 사람의 기도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언젠가 제가 없는 세상에 연수가 홀로 남겨졌을 때 자신의 의사만큼은 확실히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됐으면 합니다. 그게 저의 가장 큰 꿈입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11월 26일~12월 29일/ 단위 :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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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후원 :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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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