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반경 1㎞ 안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시골로 이사를 갔다. 물도, 전기도, 가스도 없는 무인도 같은 곳엔 놀 만한 것도, 놀 친구도 없어 혼자 노는 법을 생각하다가 공상을 하기 시작했다. 만화책이나 TV에서 본 멋진 주인공처럼 온갖 공상을 하며 산과 들을 혼자 뛰어다녔다. ‘공상노트’를 만들어 장르별로 스포츠, 자동차, 동물, 만화 캐릭터 등을 그려놓고, 매일 입맛에 맞는 것으로 하루 24시간, 365일 행복한 공상을 하며 외로움을 풀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생각에 잡혀 머리가 복잡해지며 멍해졌고, 중·고등학교 때에 더욱 심각해졌다. 툭하면 ‘쟤가 왜 그랬지? 혹시 우리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아니야, 선생님께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아! 그럼 선생님들을 뽑은 이사장님이 문제네.’ 하는 등 엉뚱한 길로 빠지며 나만의 세계에 갇혀갔다. 그러다 교회수련회에 갔다가 뜨거운 체험을 한 후, 신앙도 삶도 완전히 감정에 맡겼다. 언젠가 친구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바로 서울로 올라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을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목사님 돈 좀 주세요. 주를 위해 쓸 데가 있거든요.’ 하여 돈을 얻었다. 또 학교 기숙사 옆방의 친구가 선배들에게 맞는 것을 듣고 바로 달려가 “제가 대신 맞겠습니다!”하여 정말 죽도록 맞았다. 그렇게 신앙도, 공부도 감정에 따라 마음에 닿는 대로 움직였다.
대학에 입학하며 한마음교회 생활관에 들어갔다. 개념 없고 나밖에 몰랐지만 형들은 친절하게 대해주며 복음을 전해 주었다. 예수님이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시고 삼일 만에 다시 살아나신 것이 복음이고, 부활은 역사적인 사실로 예수님이 하나님이란 증거라고 강조했지만 내겐 아무런 감동이 오지 않았다. “느낌이 안 오는데 어떻게 믿어요?”하고 토를 달며 더욱 혼미해졌고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았다. 말도 자주 헛나갔다. 어느 날, 대화 중에 어느 어느 형이 “우리 엄마가 이러이러하셨는데, 이렇게 됐어.”라고 말할 때, 대뜸 “아, 니네 엄마가 그러셨어요?”라고 했다. 그때부터 바로 ‘니네 엄마’란 별명이 붙었다. 혼미함이 극에 달하며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라는데, 역사가 거짓이면?’하고 의심하며 내 신앙은 완전히 패닉상태가 되었다.
혼미한데도 여름성경학교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다가 엉뚱한 생각이 들어 중단하기도 하고, 형들과 노방전도를 하다가 머리가 하얗게 되며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이런 삶이 4년 동안 반복되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의심과 싸워야 되나?’ 하는 생각에 중보기도를 요청하고 인생을 걸고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마침 부활절이라 목사님께서 섬세하게 부활을 짚어주셨다. 온 인류의 죄 사함을 위해선 예수님이 반드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여지는 순간, ‘아! 예수님은 정말 부활하셨구나!’는 탄성이 터졌다.
만약 예수님이 부활하시지 않으셨다면 고린도전서 15장 17절 말씀처럼 온 인류는 죄 가운데서 벗어날 수 없음이 알아지며 그동안 혼미가 말끔히 걷혔다. 마귀가 주는 검은 색안경을 끼고 ‘어! 세상이 왜 이렇지?’하던 나는 ‘요나의 표적 밖에는 없다.’는 말씀 앞에 견고한 진이 한순간에 박살났다. 예수님의 부활로 십자가의 사랑이 보이니 감사의 눈물만 나왔다. 드디어 나는 예수님을 무시하고 내 멋대로 혼미에 빠졌던 삶을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때부터 내게 천국의 삶이 시작되었다. 학교 기독교 동아리 선교회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기쁘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고 형제들과 캠퍼스, 공원, 택시, 심지어 지하철까지 가릴 것 없이 달려 나갔다. ‘니네 엄마’란 별명도 사라지고 개념 없다는 말도 더 이상 듣지 않았다. 뜨거운 열정으로 동아리 회장을 맡아 여러 행사를 계획하여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교회 공동체를 위해 차량운행, 주일학교 교사, 생활관 리더, 교회 영상팀에서 열심히 봉사했다.
대학교 졸업 때 ‘하나님! 제자를 삼을 수 있고, 교회 공동체를 섬길 수 있는 곳으로 앞길을 인도해 주세요.’ 내 기도는 분명했다. 그러다 너무 근무여건이 맞는 회사에 입사 서류를 제출하려다보니 자기소개서에 쓸 스펙이 없었다. 결국 3년간 새벽기도 봉고차 운행, 교회건물 리모델링, 매주 설거지봉사, 어린이 주일학교 교사 등등 교회 일을 한 것을 잔뜩 적었는데 상무님께서 신앙생활하듯 직장생활을 하면 어려울 게 없을 거라고 하셨다. 결국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합격의 영광을 얻었다. 주인 되신 주님만 바라보고 달린 중심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앞길을 활짝 열어주신 것이다. 그 후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짝을 허락해 주셔서 결혼을 하고 사명자의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복잡한 생각으로 혼미하게 지내던 나를 살려주시고 단순하고 기쁘게 주님의 일을 하며 달려가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김현우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