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각막 수술비 없어 ‘캄캄’했는데… 우리 가족에 ‘빛’ 선물”

입력 2021-12-31 03:09
정모씨의 딸이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사무실로 보내온 감사 편지.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제공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총회 인준기관이자 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 (사)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사장 임석구 목사)은 지난 8월, 한 통의 감사 편지를 받았다. 최근 각막 이식 수술비를 지원한 정모(56)씨의 딸이 보낸 편지였다. 이전까지 망막박리라는 질환을 앓던 정씨는 그동안 세 번의 수술을 거치며 망막이 손상돼 각막 이식이 아니면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충남대병원으로부터 오랫동안 통증을 참아가며 각막 기증을 기다려온 정씨 사연을 접한 뒤 즉각적으로 수술비 지원에 나섰고 성공적으로 이식 수술을 마쳤다.

정씨의 딸은 편지에서 “경제 사정으로 해외에서 공수해야만 하는 각막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수술 포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을 때는 자식으로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부모님과 갓 대학을 졸업한 제가 당장 마련할 수 없는 수술비에 막막함을 느끼고 있던 차에 생명을나누는사람들에서 각막 이식 수술비를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우리 가족에게는 희망의 빛과 같은 소식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후 아버지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걱정 없는 내일을 맞게 됐다”며 “이번에 받은 소중하고 따뜻한 도움을 마음에 새겨 훗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 2013년부터 지금까지 각막이식 수술비 등을 지원한 수혜자들 모습.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제공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인 조정진 목사는 29일 이 같은 사연을 전하며 “각막이식 수술비 지원으로 혜택받은 분들께서 이렇게 감사 인사를 손수 전하며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신 것 같아 감격스럽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의 사역이 코로나19로 한층 더 낙심하며 절망 가운데 빠져 있을 많은 이들에게 예수 소망의 빛과 희망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년 생명나눔운동에 앞장서 헌신해온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올해도 한국교회와 함께 정씨처럼 형편이 어려운 시각장애인에게 각막이식 수술비를 지원하는 ‘생명의 빛’ 캠페인을 펼쳤다. 시각장애인 한 명에게 각막이식 수술비 3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2013년 생명나눔 캠페인의 하나로 시작해 올해까지 160여명이 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각막 이식수술비를 지원했다.

캠페인에는 한국교회뿐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도 함께했다. 기감 미주자치연회소속 LA시편교회(박상훈 목사)는 지난 7일 고국의 시각장애인 두 명을 위한 각막이식 수술비에 써달라며 후원금 600만원을 전달했다. 후원금은 교인들과 함께 추수감사절 헌금을 모아 마련했다. 박상훈 목사는 이날 한국을 방문 중인 박정은 부목사를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소망의 빛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후원 소감을 전했다.

LA시편교회 외에도 지난 12일 은목교회(은퇴목회자교회), 19일 건강한로고스신앙공동체, 25일 고잔교회(오영복 목사), 26일 숭의교회(이선목 목사)도 연말을 맞아 각각 생명을나누는사람들에 각막이식 수술비를 전달했다.

은목교회와 건강한로고스신앙공동체는 각각 지난 12일과 19일 생명을나누는사람들에 각막이식수술비 후원금을 전달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제공

은목교회 김기택 원로목사(전 기감 임시감독회장)는 “은퇴 목회자를 위한 은목교회가 창립된 이후 한 해 동안 드려진 헌금을 결산해 원주 농아교회와 더불어, 생명을나누는사람들에 시각장애인 각막이식 수술비를 후원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은목교회 창립이 은퇴 목회자를 위한 예배의 자리가 되고 이웃을 섬기는 공동체로 세워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영복 목사도 “성도들의 헌신을 통해 더 많은 한국교회가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선물하는 기회가 확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선목 목사는 “올 한 해를 감사로 마무리하고 2022년 새해의 시작을 예수 사랑 실천으로 시작하려 한다”며 성금 후원금 취지를 전했다.

조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확산세로 점점 각막기증 및 수술비 후원 등이 축소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감리교회를 중심으로 어두워질수록 생명의 빛을 비추려는 사랑의 노력이 눈물겹게 이뤄져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 사회 각지에서 전해진 훈훈한 도움의 손길과 기적의 소식이 매서운 겨울 한파를 녹일 만큼 훈훈하다”며 “후원에 동참해주신 모든 교회와 성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사역 활성화를 위해 많은 성도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내년에도 각막이식이 필요하지만, 기증자가 없어 대기하는 사람들과 치료비가 없어 어려움을 당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생명 나눔 캠페인 사역을 이어간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특히 그리스도인을 중심으로 선한 연대를 이뤄 사후 각막기증등록사업, 각막이식·수술비 지원 사업, 소아암 치료비 지원 사업, 장기기증캠페인 등의 사업도 지속해서 펼쳐나갈 계획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