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침부터 투쟁

입력 2021-12-31 04:07

주로 아침에 조깅을 해오던 나는 겨울이 되면서 달리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추위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나와 함께 사는 두 마리의 고양이들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대외적으로 ‘털인간’이라고 소개한다. 정말로 그렇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보다 덩치도 작고 나보다 모르는 것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가끔 혼자 있고 싶어하는 나와 너무나도 닮았다. 털이 수북한 두 인간과 나는 6년째 같이 살고 있다.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던 것 같은데 살면 살수록 두터워지는 정과 겨울이라 한결 냉랭해진 실내온도 때문에 내 쪽에서도, 털인간 쪽에서도 자꾸만 서로를 찾아 몸을 붙이고 있으려고 든다. 침대에 자려고 누우면 자연스럽게 털인간들도 침대 위로 올라오는데, 그렇게 꼭 안고 잠이 드는 순간이 나로서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큰 행복이다. 그들은 정말 너무나도 따뜻하고, 폭신하고, 구수한 냄새도 난다. 등에 귀를 대고 있으면 마치 누가 내게 차를 대접해주려고 물을 끓이는 듯 아스라이 보글보글 소리도 난다. 이것은 아침에도 마찬가지인데 이불 속에서 털인간이 내게 안겨 그르렁거리고 있으면 도저히 그들을 뿌리치고 일어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보통 이불 안에서 뭉그적거리는 시간이 몇 배가 소요되고, 그들과 얽혀 또 잠에 빠지기 일쑤다.

얼마 전 내 친구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제 아들이요. 아침에 제가 깨우러 가면 잠결에 제 얼굴을 막 만져주거든요.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고 행복한 거예요. 아 안 되는데, 모질게 얘를 깨워야 되는데 하다가 결국 아들이랑 같이 잠들어버리기 일쑤예요. 제가 그러면 안 되는 거겠죠?” 친구와 나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투쟁이다. 따뜻하고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와 소르르 다시 잠에 빠져드는 데 저항하느라 매일 고군분투한다. 나는 대체로 매번 지고 있는데 친구는 어떨는지.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