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대로 지친 국민에 위로 필요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나빠진 반면 물가는 폭등했고, 빈부 격차는 커지며 삶은 피폐해졌다. 부동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욱 요원해졌다.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 사정기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의 삶을 제대로 보듬지 못했다. 힘 있고,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은 그들의 이익만 챙기려 했다. 오죽하면 대학 교수들이 지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을까. 실제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된 형국이었다.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걸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된 상황을 수시로 봐야 했다. 각처에서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이런 가운데 사회 곳곳에선 분노와 증오가 싹텄다. 계층 간 갈등은 갈수록 확산됐다.
남북관계와 국제 정세도 가시밭길이었다. 남북 및 북·미 간 냉각 상태가 지속되면서 한반도의 봄은 오지 않았다. 남북이산가족들이 그렇게 소망했던 상호 방문은 물론 생사 확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우리나라는 매번 새우등 신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대(對)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매 순간 국익 중심 논리를 내세웠지만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저력은 있었고 희망도 쏘아올렸다. 의료진의 아낌없는 헌신과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그나마 코로나를 조금씩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 경제도 비교적 선전했다. 특히 수출은 거의 매달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성과를 냈다. 청년 취업은 여전히 힘들지만, 일자리 창출도 코로나 시국 이전으로 차츰 회복하는 국면을 맞이했다. K문화, K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각광받았다.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쓴 방탄소년단(BTS)은 5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트윗된 인물’로 선정됐다. 우리의 드라마, 예능도 글로벌 팬들의 인기를 모았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사상 최장기간 동안 글로벌 인기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경제 회복과 계층 간 갈등 해소 과제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메난드로스는 “역경은 희망으로 극복된다”고 말했다. 새해엔 모두가 희망을 갖고 긍정적 변화에 앞장섰으면 한다. 코로나 극복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먹는 치료제가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상시적인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의 방향 전환도 가능할 수 있다. 경제도 반도체와 2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활성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 기업인과 노동자 등 각 계층이 힘을 합쳐야 한다. 반목과 갈등으로 분열되고 서로 적대시하면서 상황이 악화된 지난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진영 갈등은 물론 계층 갈등, 젠더 갈등, 이념 갈등 역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히 위정자들은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국민의 삶 개선과 경제 살리기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 미·중 갈등 국면에서의 실용외교 등에도 국익 차원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위기의 한국 구할 일꾼 제대로 뽑아야
3월엔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대선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국가 미래의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 대선은 향후 5년이 아니라 대한민국 10년, 20년의 앞날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 극복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외교적 난제가 산적한 중차대한 ‘위기의 한국’을 구할 구원투수가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새해엔 화해와 통합의 기운이 넘치고 행복한 일상이 회복되는, 사람 사는 세상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