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란 무엇인가’(비아토르)는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던 2017년 당시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루터의 재발견’ 이후 4년간 공들여 저술해 내놓은 책이다. 모든 교회는 각자의 교회론에 기초한 예배의 틀을 가지고 있으며, 정통 비정통 혹은 하이처치 로우처치로 나누는 건 의미 없다고 단언한다. 예배 회복을 염원하는 성도들에게 주보에 나타난 순서 하나하나씩 알고 배우자고 권한다. 예배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강조한다. 샘솟는기쁨 강영란 대표는 “예배란 말은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을까. 이처럼 치열하게 본질을 향하게 한 적이 있던가 묻는 책”이라고 평했다.
‘철학자의 신학 수업’(복있는사람)은 강영안 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 교수의 유쾌함이 한없이 발현된 책이다. ‘진리는 단순하나 우리 삶은 애매하다’고 말하는 강 교수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소크라테스의 것이 아닌 델포이 신전에 새겨져 있던 점부터 떠올린다. 잘못 인용된 경구들의 유래를 파헤쳐 복음의 세계로 안내한다. 신학 서양철학 언어학 역사학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풀 수 없는 고차방정식들이다. IVP 정지영 기획주간은 “철학과 신학, 성경을 넘나들며 풀어낸 진리에 관한 통찰은 우리 시대 르네상스 지성인 강영안 교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인 듯하다”고 말했다.
목회 신학 해외 분야는 한국 기독출판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기념비적 대작들이 출판인들의 추천을 받았다.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복있는사람)는 영국 옥스퍼드대 편집의 달인인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가 생산한 1198쪽짜리 책이다. 이재근 광신대 역사신학 교수는 앞서 국민일보 기고 서평에서 “영어권의 리더, 다큐멘터리 소스북, 컬렉션 등으로 불리는 원전 문헌집은 아직 한국 신학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 책은 사료집 편찬 역량을 가진 서양 기독 출판계가 한국 학계에 준 선물과도 같은 책”이라고 평했다.
‘성경신학 스터디 바이블’(복있는사람)은 2916쪽으로 더 두껍다. 깊이 있는 성경 읽기와 연구를 위한 안내서로 인정받았다. 숭실대 김회권 교수는 추천사에서 “고립되어 보이는 성경의 책들을 주제 및 서사적 특징에 따라 연관 지어 읽도록 돕는다”며 “성경의 숲과 나무를 모두 보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최적화된 스터디 바이블”이라고 밝혔다.
일반 신앙 국내 부문에선 코로나 대응을 담은 책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고난이 하는 일’(IVP)은 한국의 명설교가로 꼽히는 박영선 남포교회 원로목사의 짧지만 깊이를 담은 책이다. 국민일보 창간 33주년 특집 대담자로 나서기도 했던 박 목사는 순교의 시대와 부흥의 시대를 거친 한국교회가 이제야 비로소 껍데기를 벗고 고난의 본질을 깊이 있게 묵상할 시간을 맞이했다고 진단한다. 팬데믹 시대 해외에 톰 라이트와 월터 브루그만, 존 파이퍼가 있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 한국엔 박 목사가 있어 다행이란 반응이다.
‘신데카메론’(복있는사람)은 코로나 팬데믹을 피해 화상 플랫폼 줌에서 세계 각지의 한인 그리스도인 10명이 순서를 정해 나눈 이야기다. 최종원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가 기획했으며, 교회와 사회의 재편을 예고하는 내용이다. ‘교회여, 세계와 함께 변할 것인가, 어제와 함께 사라질 것인가’라고 묻는다. 필자로 참여한 청어람 오수경 대표는 “재난 앞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에 관한 가장 동시대적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일반 신앙 해외 부문은 영성의 깊이를 더하는 책들이 사랑을 받았다. 여성 저자들의 책이 다 추천 순위에 올라 더욱 반갑다. ‘밤에 드리는 기도’(IVP)는 북미 성공회 여성 사제인 티시 해리슨 워런이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 직면하는 불안 두려움 질병 죽음 등 인생의 민낯에 맞서 드린 기도문을 소개한다. 교회성장연구소 김미현 실장은 “기도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의 시기를 통과하는 이들에게 ‘밤 기도’란 교회의 전통을 깊이 있게 소개한다”고 전했다.
‘영혼의 밤을 지날 때’(바람이불어오는곳)는 우울증 속에서도 신앙의 꽃을 피운 마르틴 루터, 찰스 스펄전, 마더 테레사, 마틴 루서 킹 주니어를 비롯한 7인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본 책이다. 우울증 경험이 있는 여성 영성 신학자 다이애나 그루버가 저술했다. 복있는사람 문준호 편집팀장은 “혼란의 시기일수록 타자의 고통에 더욱 객관적이면서도 다정한 시선이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참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어둠 속의 촛불들’(비아)은 로완 윌리엄스 전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가 코로나 시대를 겪는 그리스도인에게 보내는 신앙과 희망, 사랑의 메시지다. 한국루터란아워 김준철 디렉터는 “코로나 시대, 이때다 싶어 책 팔이에 나선 앵무새들에게 질렸다면, 아직 늦지 않았으니 이제라도 윌리엄스 대주교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어린이 청소년 부문에선 추천작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을까?’(선율)가 다수의 추천을 받았다. 아르카 이한민 대표는 “청소년 사역자로 오랫동안 일해 온 고은식 대표가 청소년들과 미래에 대해 대화하며 나누었던 조언을 기초로 한다”면서 “저자의 특기인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도 흥미로워 교사와 학부모가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평했다. AI 왓슨, 확장현실 XR, 트랜스 휴머니즘, 우주 관광, 메타버스 등 미래 키워드의 향연이 펼쳐진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