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서사의 전범… 딸과 어머니 애증의 기록

입력 2021-12-30 20:25

“이것이 엄마가 처한 삶의 조건이었다. 여기 이 부엌에서 당신이 누구인지 잘 안다는 것, 또한 이 부엌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지리멸렬해 한다는 것. 이 부엌에서 엄마는 누구나 존경하고 감탄할 정도로 훌륭히 기능한다. 이 부엌에서 엄마는 당신이 하는 일을 혐오스러워한다. 어쩌면 나중에 당신 입으로 말한 ‘여자로 산다는 것의 공허함’에 대해 분노를 키우고 있다.”

비평가이자 저널리스트, 에세이 작가인 비비언 고닉은 많은 글에서 자기서사(self-narrative)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나운 애착’은 작가 자신과 어머니의 애증을 그린 에세이다.

저자는 뉴욕에서 나고 자라며 활동했다. 대도시의 유대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노동자 계층의 다양한 이웃들과 부대끼며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갔다. 그 중심에는 강렬한 애착으로 엮인 어머니가 있었다. 고닉은 성장 과정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어머니와 대화나 서사를 통해 신랄하게 풀어낸다.

작가의 주변 인물과 경험으로 얽힌 이야기지만 독자들은 자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와 감정, 여성으로서 겪는 불행과 시련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머니는 날카롭고 현명하고 강인하지만 원하는 만큼 교육받지 못했다. 가정과 가부장제에 헌신하느라 자기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다. 이제 노년이 된 어머니와 중년에 접어든 딸은 뉴욕 곳곳을 거닐며 회상하고 언쟁한다. 이 책은 어디에나 있는 어머니와 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1987년 발표된 이 책은 작가의 대표작인 동시에 회고록 분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지난 50년간 최고의 회고록’, 옵서버가 꼽은 ‘20세기 100대 논픽션’에 올랐다.

고닉은 뉴욕 시티칼리지를 졸업한 뒤 뉴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아이오와대에서 논픽션 저술을 강의했다. 다양한 분야기의 글쓰기를 통해 오랫동안 ‘작가들의 작가’로 불려왔다. 1970년대 여성운동을 취재하며 미국 매체 빌리지 보이스의 기자로 이름을 알렸다. NYT, 타임, 네이션 등에 비평을 냈다. 하버드대 래드클리프재단의 후원을 받았으며 베스트아메리칸에세이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 윈덤캠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