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따라 유학 떠난 사랑꾼, 오페라계 ‘라이징 스타’ 되다

입력 2021-12-30 04:08
테너 박승주가 2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인터뷰하다 포즈를 취했다. 박승주는 30일 이곳 송년음악회에서 공연한다. 이한결 기자

마포아트센터가 16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후 첫 기획공연을 30일 갖는다. 내년 3월 정식 재개관을 앞두고 하는 시범공연이자 송년음악회다. 이번 음악회 출연진 가운데 테너 박승주(31)는 국제 오페라계에서 떠오르는 신인이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의 2019/20 시즌 ‘린데만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발탁된 그는 2019년 마스네의 ‘마농’에서 경비원 역으로 MET에 데뷔했다. 지난 4월에는 독일 쾰른 오페라에서 ‘파우스트’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박승주를 2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제안을 받았지만 스케줄이 안 맞아서 공연 기회가 적었는데요. 이런 콘서트 무대라도 꾸준히 한국 관객과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독일 만하임 음대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최고 연주자 과정에 있다. 성악가로서 그의 재능이 꽃피운 것은 여자친구를 따라 독일로 유학 간 이후부터다. 여자친구는 올 여름 그와 결혼해 아내가 된 소프라노 고승희로, 최근 만하임 극장 전속 솔리스트가 됐다.

“아내가 2014년 만하임 음대로 유학을 가서 저도 따라가기로 결심했습니다. 2015년 여름 한예종을 졸업하고 이듬해 만하임 음대에 입학했습니다. 입학 첫해 스웨덴 빌헬름 스텐함마르 국제콩쿠르 2위를 기록한 이후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잘 풀렸습니다. 아내는 제게 늘 자기 덕분이라고 말하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때문에 미룬 결혼식을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꼭 올리고 싶습니다.”

16개월간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고 내년 3월 정식으로 재개관하는 아트홀맥 내부 모습. 이한결 기자

그는 아내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해 한때 독일 베를린 방송 합창단 입단도 고민했다. 2018년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 직후 MET의 캐스팅 담당자로부터 ‘린더만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제안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재능있는 신인 성악가를 발탁해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미래 스타의 산실로 유명하다.

“MET의 제안을 받고 고민도 됐지만 결과적으로 미국행은 제게 최고의 선택이 됐어요. 오페라 가수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기회를 가져다 줬거든요.”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그는 미성의 소유자다. 밝고 서정적인 노래를 잘 소화하는 리릭 레제로여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코지판투테’나 베르디의 ‘리골레토’ 같은 오페라에서 빛을 발한다. 국내에선 아직 전막 오페라에 출연한 적이 없다. 대신 2018년 콘서트 오페라 ‘돈 조반니’에 이어 같은 해 서울시합창단의 ‘글로리아 미사’에 출연했으며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 솔리스트로 나왔다. 그는 “기회가 되면 전막 오페라로도 한국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전막 오페라가 아닌 콘서트로 한국 무대에 선다. 4월 통영국제음악제의 하이든 ‘넬슨 미사’와 12월 서울시향의 베토벤 ‘합창’ 교향곡에 각각 솔리스트로 출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