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강등 광주FC 팬들이 뿔났다, 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21-12-30 04:02
광주 FC 선수단이 지난달 2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 성남 FC와 원정경기에서 패한 뒤 낙심해 잔디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주는 이튿날 잔류경쟁팀 강원 FC가 FC 서울에 무승부를 거두며 자동강등이 확정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올 시즌 2부로 강등된 시민구단 광주 FC가 내홍에 휩싸였다.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대표이사가 새 감독 선임 직후에 사임 의사를 밝히자 팬들은 광주시의 간섭과 내부 비리 의혹 인물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응원 철회를 선언했다.

광주시청 관계자는 29일 국민일보에 “최만희 광주 FC 대표가 최근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구단이 이정효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고 발표한 다음 날이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최 대표가 사임 의사를 말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일정을 밝힌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국민일보의 수차례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지난 1월 4일 광주 구단 혁신안의 일환으로 팀에 부임했다. 구단 초대 감독이었던 그는 내부 비위 사태 수습과 쇄신을 내세웠다(국민일보 1월 23일자 17면 참조). 응원을 보이콧한 팬들을 설득하고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구단 정상화에 애써왔다.

광주 구단 서포터 연합체 ‘빛고을’은 이날 내부 비위 당사자 해임과 이용섭 광주시장의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물러난 김호영 감독의 후임으로 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 시 측의 잘못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 측이 앞선 후보였던) 최수용 금호고 감독 선임 실패를 야기했다”며 “대표 고유 권한을 무시하고 뒤에서 지원이 아닌 간섭으로 보일 만한 행동을 했다”고 성명에서 주장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광주 구단 이사회 관계자는 “(최 대표가) 최 감독을 선임하려고 올린 결재안을 시 측이 곧바로 승인해주지 않자 이 감독으로 선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결재를 올린 이틀 뒤 시가 최 감독 선임 건을 승인했다. 결재가 늦어져서가 아니라 금호고 측 문제로 시점이 맞지 않아 선임되지 못한 것이다. 대표가 직접 교장 등을 설득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사실과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빛고을 측은 구단 내부 비위자 처벌도 재차 주장했다. 지난해 광주 구단에선 당시 사무국장이던 A경영지원부장과 B선수운영팀장이 부당하게 시간외근무·휴일수당을 타낸 사실이 보도됐다. 이후 광주시 감사에서 A부장은 유흥주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쓰고 구단과 연관 없는 지인에게 화환을 보내는 등 구단 돈을 사적으로 쓴 일이 추가로 드러났다(국민일보 1월 12일자 23면 참조).

시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 의뢰한 뒤 경찰은 이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광주지검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들은 별 징계 없이 A부장만 사무국장에서 경영지원부장으로 직책을 옮겼다. 직책상 사무국장보다 한 단계 낮지만 여전히 구단 운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자리다.

빛고을 측은 시와 구단에 “이 모든 사단의 실질적 원인이자 구단 쇄신의 핵심대상인 A부장과 B팀장 즉각적 해임 또는 사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광주시장인) 이용섭 구단주의 현 상황 해명 및 쇄신 비전 설명을 요구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다음 달 7일까지 답이 없으면 구단 해체 요구 행동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구단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사회 관계자는 “최 대표는 구단을 쇄신하러 온 분이다. 감독 선임 건과 맞물려 구단을 떠나면 쇄신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우려 중”이라며 “누가 새 대표로 올지는 모르지만 쇄신 의지가 있을지 확실치 않기에 염려하고 있다”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