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M&A)을 하면 절반가량 노선에서 독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되, 독점 노선에 대해서는 슬롯이나 운수권을 이전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기대했던 세계적인 초대형 항공사 출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2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건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관련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약 1년 만이다. 공정위는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두 기업 계열사를 포함한 5개사(대한항공·아시아나·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가 운항하는 약 250개 노선 중 119개 노선에 대한 경쟁 제한성을 분석했다. 공정위는 이 중 절반가량의 노선에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인천~미국 LA’ ‘인천~호주 시드니’ ‘부산~일본 나고야’ 등 두 회사 결합 시 점유율이 100%인 독점 노선 10개도 포함된다.
공정위는 독과점이 발생하는 이들 노선에 대해서는 슬롯이나 운수권을 이전하는 등 방식의 시정조치 조건을 걸었다. 슬롯은 항공사별로 배분된 공항의 이착륙 시간을, 운수권은 항공기로 여객·화물을 탑재·하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공정위는 슬롯·운수권 이전이 완료될 때까지 운임인상 제한, 공급·서비스 축소 금지 등을 이행하도록 했다.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불필요한 일부 노선은 예외적으로 이 같은 조치만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기업 측의 의견서를 받은 후 1월 말쯤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변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의 판단이다. 아직 7개 국가 경쟁당국이 심사를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심사보고서를 받으면 구체적 내용을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공정위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