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4월 상사가 쓰러뜨린 책상에 맞아 다쳤다. 상사의 질문에 “업무 처리 후 확인해보겠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상사는 앞에 있던 책상을 A씨 쪽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A씨가 뒷걸음질 치자 그를 향해 비품을 던지기 시작했다.
B씨의 상사는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단 한 번도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상사는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5개월을 맞아 29일 공개한 괴롭힘 사례다. 이 단체는 “법 시행 이후 직장 갑질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줄지 않았다”며 “올해 접수 건 중 55%가량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중 처리가 완료된 건수는 1만2997건이었다. 이 중 개선 지도가 이뤄진 사건은 23.8%에 그쳤고,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2%에 불과했다. 신고 후 사내 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25.1%였다. 단체는 “소극행정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단체는 “법 개정을 통해 ‘일의 세계’에 있는 누구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5인 이상 사업장에만 법이 적용되고 있다.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노동 경찰’로 불리는 근로감독관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고용 형태, 법적 지위 등을 불문하고 노동청에서 조사·조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적극적인 과태료 부과, 특별근로감독 실시, 불관용의 원칙 등을 주요 실천 과제로 꼽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