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가 왜 허위 보고서를 만들었는지 끝까지 밝혀야

입력 2021-12-30 04:02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건물에 비친 태극기와 검찰기의 모습.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면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박근혜정부 등 과거 정권에서의 권력형 비리와 부실 수사 여부를 밝히기 위해 설치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됐을 때 관련자를 면담한 뒤 허위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은 과거 바로잡기 차원에서 재수사로 이어졌지만 더 밝혀진 것은 없었다. 정의감에 사로잡혀 사법 절차를 무시한 채 내달린 한 검사의 어설픈 행동에 우리 사회가 양쪽으로 갈라져 심하게 들썩였을 뿐이다. 진실 규명은 더 힘들어졌고, 후유증만 남았다. 코미디 같은 일이다. 향후 법정에서 사실관계가 명백히 밝혀지고, 검사가 사건을 조작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엄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면담 보고서 허위 작성 사건은 이 검사가 기소됐다고 끝난 게 아니다. 이 사건은 청와대 기획 사정(司正) 의혹이라고도 불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9년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려고 기획 사정을 벌였다는 게 핵심이다. 사실 이 검사는 대검 파견 때부터 말이 많았다. 수사 대상에 올랐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정황 증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하기 전까지 이 검사가 왜, 누구의 지시로 허위 문서를 작성했는지 캐고 있었다. 이 사건은 이미 국민적 의혹으로 번졌고, 온갖 억측과 주장이 난무하며 선거 이슈가 됐다. 검찰이 이 검사의 기소로 사건을 끝내지 말고 남은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실히 밝혀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공수처가 지난 3월 이 사건을 이첩 받은 뒤 9개월 동안 시간을 끌다가 검찰로 기소권을 다시 넘긴 이유도 밝혀져야 한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고, 검사의 비리를 캐 재판에 넘기는 것은 공수처의 가장 큰 존재 이유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의혹의 대상이어서 공수처가 더욱 앞장서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국민들은 왜 그랬는지 알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