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사도광산

입력 2021-12-30 04:10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위치한 사도광산은 17세기 세계 최대 금 산출지다. 1896년 민간에 매각됐고, 태평양전쟁 당시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활용됐다. 당시 조선인 최소 1141명이 강제 노역을 했다. 이들은 암석을 뚫고 물자를 운반하는 위험한 갱내 작업에 투입됐다. 가혹한 노역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히면 폭행을 당했다.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도광산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일본이 28일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보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니가타현은 사도광산을 ‘16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전통적 수공업에 의한 금 광산 유적군’이라고 소개했는데, 전쟁 때 조선 노동자를 강제 동원해 전쟁 물자를 캤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강제 징용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상 기간을 센고쿠·에도 시대로 국한시키고 일제강점기는 제외했다. 역사왜곡이자 꼼수다.

사도광산은 201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군함도’의 기억을 불러왔다. 군함도는 1940년대 조선인 강제징용이 대규모로 이뤄진 비극의 역사 현장이다. 일본은 군함도 등재에 따른 국제적 비판 여론을 의식해 많은 조선인들이 의사에 반해 동원됐고, 가혹한 조치에서 강제 노역했다는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했다. 한데 전시 시설에는 “민족 차별도 노동 강요도 없었다”는 증언이 소개돼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됐다. 유네스코까지 나서 일본의 약속 불이행을 지적했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도광산까지 등재하려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불행히도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유네스코 등재 최종 결정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하는데 21개 위원국에 결정권이 있고, 비 위원국은 발언권이 없다. 일본은 위원국인데 우리는 아니다. 한일 관계는 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등으로 경색 국면이다. 사도광산에 강제로 노역을 했던 피해자의 증언 확보는 거의 안 됐다. 참 나쁜 일본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