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고로 포스코 ‘포항 1고로’ 48년여 만에 멈췄다

입력 2021-12-30 04:08

현대식 용광로 공법으로 쇳물을 생산한 한국 최초의 고로(용광로)인 ‘포항 1고로’가 처음 쇳물을 쏟아낸 지 48년6개월여 만에 가동을 멈췄다. 설비 수명이 한계에 달하면서 반세기에 걸친 여정을 마감했다.

포스코는 29일 포항제철소에서 김학동 사장, 이시우 안전환경본부장, 양원준 경영지원본부장, 남수희 포항제철소장, 이덕락 기술연구원장, 포스코 노동조합 및 노경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고로 종풍식을 가졌다. 종풍은 수명이 다한 고로의 불을 끄는 걸 말한다.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는 1973년 6월 9일 1고로에서 처음으로 쇳물을 쏟아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처음으로 자력 생산한 것이다. 이 쇳물은 조선, 자동차, 가전 등 제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포항 1고로는 국가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족 고로’ ‘경제 고로’로 불려왔다. 포항 1고로는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5520만t의 쇳물을 생산해냈다. 이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 중형 자동차 5520만대를 건조 및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김 사장은 “1973년 6월 9일 첫 출선(용광로의 주철을 뽑아내는 것)을 할 때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직원들과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 흘리던 모습(사진)이 아직도 선하다. 종풍을 맞이한다니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변변한 공장 하나 없던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항 1고로와 여기 계신 여러분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포항 1고로는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개조돼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포스코는 1고로 종풍에 따라 연간 100만t가량 감소하는 출선량을 만회하기 위해 남아있는 8개 고로의 연원료 배합비 개선을 추진하는 등 수급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응할 방침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