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묵상할 말씀으로 ‘종의 비유’를 읽어봅니다. 주인을 위해 밤잠 못 자고 깨어 있는 종의 이야기는 처음엔 매우 고압적으로 읽힙니다. 종은 주인이 오기만 기다리고 주인의 만족을 위해 움직입니다. 문이 제때 열리지 않거나 불이 안 켜져 있으면 주인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릅니다. 주인이 변덕을 부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주인이 독재자나 폭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들려주신 이 비유는 놀라운 반전을 들려줍니다. “주인이 와서 깨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종들은 복이 있으리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주인이 띠를 띠고 그 종들을 자리에 앉히고 나아와 수종 들리라.”(눅 12:37)
종들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장면을 떠올려봅시다. 밤에 돌아온 주인이 깨어 있는 종들을 불러 식탁에 앉히고 종이 매던 허리띠를 허리에 동여맵니다. 그러고는 종들 앞에 음식을 나르기 시작합니다. 아마 최고의 음식, 최고의 포도주를 내 와서 종들의 잔에 부어주고 기쁜 파티를 벌였을 겁니다. 주인을 위해 깨어 있던 종들에게 이런 위로와 감격이 찾아옵니다.
주님이 들려주신 종의 비유는 우리 삶 전체를 돌아보게 합니다. 지난 2년 우리의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재난과 공포가 가득한 역사가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코로나19는 실제 위험과 위협 못지않게 지구상 곳곳에 넘쳐나는 정보로 사람들을 공포와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조차 공허한 말처럼 됐고 이런 자연재해가 반복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전망은 우리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주위엔 코로나19로 인해 육체의 문제를 겪은 이웃과 성도, 직장을 옮겨야 했던 성도, 이사를 해야 했던 성도, 운영하던 체육관과 사업장을 닫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성도, 코로나 때문에 격리돼 마음 졸이던 성도, 사업장을 폐쇄하고 먼 곳으로 이주해야 했던 성도들의 슬픈 소식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지난해 우리의 상황은 주인이 오기 전 안절부절못하던 하인처럼, 불안하고 피곤한 삶이었습니다. 희망을 꺾어버리는 현실은 늘 우리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인생의 주인은 돈이나 명예 권력자 또는 코로나19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면 ‘우리의 참 주인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이라는 진리를 어떤 상황에서도 명심해야 합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각자 삶의 처소에 알맞은 소명을 주셨고 그 소명을 위해 충직히 살아가도록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우리가 어떤 혼란 가운데 있더라도 주님이 찾아오실 것이고 그분이 우리를 위로하고 힘주시며 회복시킬 것이라는 진리를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15세기 위대한 수학자이며 예술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런 말을 합니다. “수레를 별에 묶어라!” 우리 삶이 무거운 짐 가득한 수레라면 인생의 수레를 단단히 묶을 희망의 별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지친 종을 찾아와 위로하고 힘주신 임마누엘의 주님께서 우리 곁을 지키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제 옛것은 지나고 2022년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우리의 기쁨이며 빛이신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선하고 복된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최주훈 서울 중앙루터교회 목사
◇말씀으로 빛나고 성찬으로 힘나는 중앙루터교회는 종교개혁 전통을 이어가는 거룩한 사귐의 공동체입니다. 경건한 예배 가운데 임하는 안식의 힘으로 일상을 살아가게 만드는 데 온 교우가 마음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