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올레드 TV 패널을 공급 받아 내년부터 올레드 TV를 생산·판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협력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모두 “결정되지 않은 사안으로 확인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올레드 TV를 만들었으나 번인·수율 문제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출시하지 않았다. 지금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일부에선 올레드 TV를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올레드 TV에 뛰어드는 건 내년에 출시할 ‘퀀텀닷(QD) 올레드 TV’와 관련있다. QD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은 분야다.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QD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내년이 QD 올레드 TV 출시 원년이지만,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들 수 있는 QD 패널은 약 10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 전체 TV 판매량이 3000만대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QD를 전면으로 내세우기엔 물량이 부족하다.
QD 올레드 TV와 올레드 TV는 기본적으로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QD OLED TV는 청색광을 사용해 휘도가 높고 색재현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QD 올레드 TV를 보조하는 역할을 올레드 TV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LCD 기반의 QLED TV를 주력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최근 몇 년 사이 LCD 패널 가격이 요동치면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올레드 TV 비중을 높여 LCD 가격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레드 TV를 대안으로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올레드 진영 합류는 호재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올레드 TV 패널을 만드는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대형 올레드 분야에서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대형 올레드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이다.
세계 TV 1위인 삼성전자가 합류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이전보다 시장이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다.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 하고 있는 LG전자로선 경쟁자가 늘어나게 되지만, 올레드 TV 시장이 아직 성장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으로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TV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레드 TV를 내놓으면 지금까지 망설이던 다른 중국 업체도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