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대통령의 역할

입력 2021-12-30 04:02

사회학 분야에 ‘인구가 운명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 말은 인구 변동이 노동력의 규모와 시장의 크기, 나아가 경제성장의 가능성과 한계를 결정하고, 보육·교육·고용·의료·복지·노후보장·국방 등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인구 변동이 장기적으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은 한국의 미래가 얼마나 암울한지를 잘 보여준다. 가장 우려스러운 전망은 2070년이 되면 2020년 5184만명인 인구가 3766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고령화율은 15.7%에서 46.4%로 치솟으며, 노인부양비는 22명에서 101명으로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면 대략 4~5년 이후부터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붕괴, 가계부채 붕괴, 기업 도산, 고용 붕괴, 연금 붕괴 등 경제사회적 하강과 축소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예방하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 단계에서 인간·시간·공간의 차원에서 국가의 종합적 역량을 확대하는 새로운 인식과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첫째,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청년정책과 인구정책의 잘못으로 인구의 안정적 유지에 실패했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인구의 질적 능력을 향상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사회적 하강을 극복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암기·시험·순위경쟁으로 점철되고 있는 교육을 상상력·창의력·협동력을 최대화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팀 지니어스’를 함양해 경쟁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고도의 문화예술 창작과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고, 이에 기초해 역량기반성장과 혁신성장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둘째, 과거와 현재의 굴레에 갇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면 장차 큰 환난을 당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 전체적으로 미래를 탐구·예측·준비하는 역량을 크게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다양한 데이터 분석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축적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 기업, 개인 등 모든 주체가 명견만리의 선견지명을 획득할 수 있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플래닝의 방법을 활용해 미래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렇게 해나가면 미래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다른 누구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압도적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우리의 활동영역을 바깥으로 넓혀 나가는 공간의 확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탐험과 침략에 의해 공간의 확장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디지털 네트워크와 문화 전파와 같은 소프트 파워 자산에 의해 공간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과의 문화적 공감과 상호이해, 나아가 상호포용이 결합되면 무력이나 강압이 아니라 디지털과 문화를 통한 공감과 공존을 위한 공간 확대가 가능해진다. 한류는 그런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예로부터 동양 문화권에서는 시간·공간·인간의 관계를 천·지·인의 관계로 이해했고, 천지인 세 요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왕(王)이 삼자의 조화와 상생을 추구해 세상의 안녕과 번영을 도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시간·공간·인간의 통합 또는 천지인의 융합은 국가의 공공재와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정치권에 그 역할이 부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기에 대통령 후보와 각 정당은 인구위기로부터 시작해 지역소멸 위기, 불평등 위기, 기후 위기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의 창의협동적 역량, 미래예견적 대응 역량, 공간확장 역량을 증진하고, 이를 통해 인구 감소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차적으로 청년들의 교육·고용·주택·결혼·출산·보건의료 등을 안정시켜 장기적으로 인구와 사회적 토대의 회복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복합위기 시대에 대통령 후보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성경륭 한림대 명예교수·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