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금지 업종 중국 기업, 내년부터 해외 상장 더 어려워진다

입력 2021-12-29 04:05
중국 당국의 암묵적 경고에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강행했다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디디추싱은 지난 3일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폐지하고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가 금지된 분야의 자국 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됐거나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중국 기업은 해외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 계획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는 27일 ‘외국자본 투자 진입 특별관리 조치’(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했다. 리스트에 오른 산업 외에는 원칙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모두 허용되는 방식이다. 이날 발표된 목록에 오른 업종은 희토류, 영화 제작 및 배급, 통신, 의료, 교육 등 31개다. 자동차 제조 부문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중국 자동차 제조 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지분은 100%까지 허용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투자 규제 목록이 축소된 것은 중국이 계속해서 경제를 개방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교착 상태에 빠진 중·유럽 간 포괄적투자협정(CAI) 비준을 위한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또 외국자본 진입이 금지된 산업군에 속한 중국 기업이 해외에 상장하려면 주무 부처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당국의 승인을 받아 해외 상장이 이뤄져도 외국자본은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해당 기업의 외국자본 지분이 총 30%를 넘으면 안 되는 등 지분 제한도 있다.

중국은 당국의 암묵적 경고에도 미국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 사태 이후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가로막는 겹겹의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간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 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은 조세 회피처에 만든 역외법인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해왔는데, 이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치는 해외 상장 규제를 강화하려는 중국 당국의 가장 큰 발걸음 중 하나”라며 “중국 기업들의 해외 상장이 더욱 어려워지고 비용도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