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아래서 갓끈 매지 말랬는데… 文, 올 8번째 부울경 방문

입력 2021-12-29 04:03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개통된 울산 태화강역~부산 일광역 구간의 광역전철을 시승하며 시민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동승한 시민들은 문 대통령과의 즉석 ‘열차 토크’에서 광역전철 개통에 따른 통근시간 단축, 여행업 호조 기대 등을 이야기했다. 울산=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울산 태화강역에서 열린 ‘동남권 4개 철도 건설사업 개통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찾은 건 지난달 24일 경남 합천댐 수상 태양광 발전 현장 방문 이후 한 달 만이자 올해 들어 8번째다. 문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70여일 앞둔 시점에 보수 성향이 강한 부울경을 재차 방문한 것을 두고 PK(부산·경남) 민심을 의식한 선거용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는 “동남권 메가시티 독려를 위한 방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019년 제안한 구상으로, 부울경을 단일 생활권으로 묶어 수도권에 버금가는 규모로 키우는 게 골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울산 태화강역~부산 일광역 구간의 광역 전철을 시승한 뒤 “저는 동남권 주민이고, 또 곧 다시 동남권으로 돌아와 생활할 사람이기 때문에 정말 감회가 깊다”며 “울산에서 부산까지 전철로 가게 됐다는 것이 참으로 꿈만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지낼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행사 내내 동남권 개발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30년 부산 엑스포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이 되려면 가덕도신공항이 2029년에는 개통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덕도신공항과 함께 대구 통합공항의 조속한 건설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TK(대구·경북) 민심까지 고려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부울경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7 재보선을 41일 앞뒀던 지난 2월 25일에도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명목으로 부산을 찾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둘러보고 조속한 완공을 주문했다. 선거 직전에 대통령이 지역 개발사업을 직접 챙기고 여당 지도부도 동행하자 야권에선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철도 개통식에는 국민의힘 소속 이헌승·박성민·정동만 의원이 참석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송철호 울산시장을 제외한 참석 단체장 대부분이 야당 인사였다는 점을 들어 “문 대통령이 지역균형개발을 위해 울산을 찾았을 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개통식에서 “교통망을 통해 동남권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잇는다면 인구 1000만명, 경제 규모 490조원의 메가시티가 될 것”이라며 “동남권 철도는 메가시티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동남권 4개 철도 건설사업은 동대구~영천, 영천~신경주, 신경주~태화강, 태화강~일광 142.2㎞ 구간 단선 비전철을 복선전철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날 부산 일광역~울산 태화강역 구간이 개통되면서 1974년 수도권 광역전철 개통 이후 47년 만에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전철이 운행을 시작하게 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