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은 전국 최초로 벼농사에 친환경 오리 농법을 도입한 곳이다. 오리 농법이란 농약 살포 대신 오리를 활용해 벼 물바구미 등 해충을 제거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만큼 친환경 농업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역이지만 해소하기 힘들었던 문제도 있었다. 같은 지역 농업인들 중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지 않은 이들의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전국 최대 규모의 축산 농가를 보유한 지역이라는 점도 친환경 농업 확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농업용수 수질이 악화되는 문제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았다. 개인 위주로 지원하는 대부분의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중 2019년 시작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환경보전(사진)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마을 단위로 친환경 농업 및 주변 환경 보전을 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홍성군은 첫 해 지원 대상 지자체 5곳 중 한 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통해 5년간 6억5000만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기존 농촌 지원 정책과 다른 점은 마을 전체가 나서서 일을 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친환경 농업과 무관했던 농업인들도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홍동저수지 상·하류에 위치한 도산2리와 문당리에서 각종 활동이 이어졌다. 주민들이 직접 수질을 확인하고 다 같이 논 주변 영농 폐기물을 수거했다. 해당 사업은 30개 항목 당 단가를 정해 지원하는데, 영농 폐기물 공동 수거의 경우 참여 인원 수 별로 시간 당 1만원을 지원한다. 돈을 주니 참여율이 늘었다. 황바람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책임연구원은 28일 “참여 비율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홍성군 사례를 보듯 올해로 3년차를 맞은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이 마을 단위 ‘풀뿌리 친환경 농업 육성’의 전초 기지가 되고 있다. 공익 직불금 등에 비하면 지원 금액이 훨씬 적지만 공동체 활동을 유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 같이 참여할수록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다.
올해 기준 모두 25개 마을을 지원 중인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은 내년에는 덩치를 더욱 키울 예정이다. 올해 편성한 예산(18억7500만원)의 배 가까운 34억5000만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내년 신규 지원 대상도 40곳에 달한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사업 내용도 보강했다. 내년부터는 일종의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해 지원 대상 마을의 특성에 맞는 현장 활동을 추천하고 타당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농업환경 관련 전문가 3인 이상으로 구성할 예정인 현장 지원 조직도 꾸리기로 했다. 지원의 효과성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친환경 농업 사업과 맞물려 온실가스 감축 등 농업의 공익 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