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원과 상원의 의결을 거친 ‘위구르족 강제노역 방지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위구르족 집중 거주지역인 중국 신장 자치구에서 생산되는 모든 형태의 농산물과 공산품 원자재 등을 강제노역과 인권탄압의 결과물로 보고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토록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신장 자치구산 제품의 수입금지가 세계 최대 대형할인점인 월마트를 위기로 빠뜨리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월마트측 자료를 인용해 월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브랜드인 샘스클럽의 회원수가 최근 급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샘스클럽은 회원으로 등록된 소비자에게만 문을 여는 할인점으로 코스트코보다는 상품의 질은 낮지만 가격이 싼 장점이 있다. 값싼 농산물과 가공 식료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샘스클럽의 주된 고객은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레스토랑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그런데 샘스클럽의 주력상품 다수가 신장 자치구산 금수조치 때문에 아예 매장에 진열조차 되지 못하자 더 이상 샘스클럽을 이용할 만한 장점이 없다고 여긴 소비자들이 대거 회원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중국산 제품은 ‘1달러짜리 상품’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가성비 최고의 물건으로 통한다. 질이 좋진 않지만 그만큼 싸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는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까지 대중국 무역제재를 지속하면서 이런 ‘메이드인 차이나’ 상품을 구매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월마트는 미국 매장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위기에 휩싸여 있다. 미국의 금수조치를 자국에 대한 부당한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월마트와 샘스클럽 보이콧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매장을 확대해온 월마트는 최근 전자거래를 통한 비대면 온라인 쇼핑을 앞세워 중국시장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다. 현재 중국의 월마트 매장은 434곳, 매장 규모만 6만900㎡에 이른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월마트에는 버젓이 신장 자치구산 과일과 농산물이 진열돼 있다”면서 “원산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하는 미국 정부의 금수조치는 중국인의 미국기업 불매운동만 자극할 뿐”이라는 기사까지 내보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신장 자치구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정 조치는 결코 인권 탄압이 아니다”며 “테러 방지와 국가안보를 위한 조치를 왜곡하는 외국 정부의 모든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장 자치구산 제품을 둘러싼 서방과 중국의 갈등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스웨덴 SPA 브랜드 H&M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신장산 면화와 면섬유 사용을 중단하자 중국 내에서 광범위한 불매 운동 역풍을 맞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 조사에 따르면 신장 자치구산 제품 금수조치가 취해진 이후 미국 유통업체의 30% 이상이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월마트의 위기는 평범한 미국 가정의 한 끼 밥상조차도 전 세계 공급체인과 얽혀 있는 경제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이번엔 식료품과 생필품을 파는 월마트가 미·중 세계 2강의 대결장이 된 느낌”이라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