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둔 서울의 특급 호텔 엠로스. 호텔리어 소진(한지민)은 ‘남사친’ 승효(김영광)를 15년 동안 짝사랑해 왔다. 고백을 받을 거라고 기대한 소진에게 승효는 갑작스런 결혼 소식을 전한다. 승효가 연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강(서강준)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스타가 됐다. 이강을 물심양면 뒷바라지해 온 매니저 상훈(이광수)은 이강을 더 큰 세상으로 보내기 위해 이별을 준비한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지만 생계를 포기할 수 없는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은 강박증을 앓고 있는 호텔 대표 용진(이동욱)과 자꾸만 얽힌다. 진호(이진욱)는 호텔 엠로스 레스토랑에서 매주 맞선을 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도어맨 상규(정진영)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찾은 첫사랑 캐서린(이혜영)과 40년 만에 재회한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영(원지안)을 좋아하는 소진의 남동생 세직(조준영)은 친구들에게 떠밀려 얼떨결에 고백을 해야하는 상황. 5년째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데다 실연까지 당한 재용(강하늘)은 생에 마지막으로 사치를 부리겠다며 호텔 엠로스를 찾는다. 아침마다 모닝콜을 해주는 수연(임윤아)으로 인해 점차 웃음을 되찾는 재용은 올해의 마지막 날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이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은 ‘해피 뉴 이어’로 돌아왔다. 영화는 한지민 이동욱 이진욱 강하늘 임윤아 김영광 원진아 이광수 서강준 이혜영 정진영 등 호화 출연진을 자랑하며 ‘로맨스 맛집’을 자처한다.
영화는 풋풋한 고등학생 커플의 이야기부터 중년의 로맨스까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됐다.
‘러브 액츄얼리’(2003)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과 전개는 다소 밋밋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들은 종합선물세트 같다. 팬데믹으로 외로운 연말을 보내는 관객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다.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한지민의 섬세한 표정 연기, 절망에 빠진 재용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임윤아의 목소리 연기가 눈길을 끈다. 이혜영과 정진영이 연기한, 순수하면서도 감정을 절제하는 황혼 커플의 모습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카메오는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27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선 언론시사회에 이어 곽 감독과 한지민 이동욱 등 주연 배우들이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곽 감독은 해외 옴니버스 영화와 차별점에 대해 “호텔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우리만의 아름답고 동화같은 이야기를 담았다”면서 “우리 영화 속에는 팬데믹이 없다. 영화로나마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29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