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요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올해 라인업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다만 지역성(로컬리티)이 중요해지면서 올해도 국내 예술가들의 활약이 늘고 대규모 신작 제작 연기에 따른 재공연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공연계에서 주목되는 새로운 흐름 3가지를 살펴본다.
코로나19로 유동적인 내한 공연
전 세계 코로나 발생 동향,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기간 축소 여부 등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올해 클래식계 라인업에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해외 유명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적지 않다. 야닉 네제 세갱&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6월 21~22일),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퀼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7월 중), 얍 판 츠베덴&뉴욕 필하모닉(7월 중), 파보 예르비&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9월 3일), 사이먼 래틀&런던 심포니(10월 14·16일), 로빈 티치아티&베를린 도이치 심포니(11월 5일), 키릴 카라비츠&유럽 챔버 오케스트라(11월 8일), 주빈 메타&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12월 중) 등이 대표적이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5월 1일),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5월 31일·6월 3일),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6월 4~5일), 메조 소프라노 조이스 디 도나토(9월 4일),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10월 4일),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11월 9일),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11월 15일),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11월 24일),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12월 7~8일) 등 해외 스타 연주자들의 내한도 주목된다. 백건우, 김선욱, 조성진, 김봄소리, 클라라 주미 강 등 한국 스타 연주자와 함께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신인 연주자들의 무대도 기대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 등 빅3 오케스트라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곳은 KBS교향악단과 코심이다. 두 악단 모두 2022년을 40대 젊은 외국인 예술감독과 함께 맞이한다.
KBS교향악단은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41)을, 코심은 벨기에 출신의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42)를 예술감독으로 맞았다. 잉키넨은 서울시향을 이끄는 핀란드 출신의 오스모 벤스케(68)와 함께 ‘핀란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해외 발레단과 발레스타의 내한도 대기중이다. 지난해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파리오페라발레의 에투알이 된 박세은이 동료들과 함께 ‘파리오페라발레-2022 에투알 갈라’(7월 28~29일)를 선보일 예정이다. 러시아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9~10월 중)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 씨어터의 ‘백조의 호수’ ‘라 바야데르’(9월 14~18일)도 내한 예정이다.
국립예술단체 4곳 ‘환갑’
2022년은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이 창단 60주년이 되는 해다.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축하하는 ‘봄을 여는 오페라 갈라 페스티벌’(2월 9~10일·12~13일)을 시작으로 총 6편을 무대에 올린다. 이어 1962년 국립오페라단 창단 기념작이었던 작곡가 장일남의 ‘왕자, 호동’(3월 11~12일)을 다시 선보인 뒤 베르디 작곡의 ‘아틸라’(4월 7~10일)와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6월 2~5일)를 국내 초연한다. 인기 레퍼토리인 ‘호프만의 이야기’(9월 29일~10월)와 ‘라 보엠’(12월 1~4일)도 다시 무대에 올린다. 특히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기념한 ‘오페라 어워즈’(3월 12일)를 개최한다. 오페라계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립오페라단이 걸어온 길을 기념하고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 계획이다.
국립발레단은 창단 60주년 작품으로 지난해 10월 초연해 호평받은 발란신 안무 ‘주얼스’(2월 25∼27일)를 시작으로 10편을 무대에 올린다.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된 송정빈의 ‘해적’(4월 20∼24일)과 강효형의 ‘허난설헌-수월경화’(6월 28~29일)를 다시 선보이는 한편 스테디셀러인 ‘백조의 호수’(10월 12∼16일) ‘지젤’(11월 11∼13일) ‘호두까기인형’(12월 17∼25일)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안무작을 선보이는 ‘KNB 무브먼트 시리즈’(7월 16∼17일)와 이 시리즈의 우수작을 모은 ‘히스토리 오브 KNB 무브먼츠 시리즈 2’(5월 21∼22일)도 진행된다.
올해 라인업 가운데 프레데릭 애슈턴의 희극 발레 ‘고집쟁이 딸’(6월 8~11일)과 함께 ‘트리플 빌’(11월 18~20일)에 포함된 에드워드 클러그의 ‘Ssss…’, 윌리엄 포사이드의 ‘ArtifactⅡ’는 신작이어서 발레 팬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국립오페라단 및 국립발레단과 달리 국립무용단과 국립창극단은 가을에 시즌이 시작되는 국립극장 전속단체여서 아직 60주년 관련 프로그램이 발표되지 않았다.
마곡 LG아트센터 등 새 공연장도
국내 공연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LG아트센터가 22년간의 역삼 시대를 마무리하고 10월 마곡에서 문을 연다. 2000년 3월 GS타워(옛 LG강남타워)에서 개관한 LG아트센터는 오는 2월 말 막을 내리는 대관 공연 뮤지컬 ‘하데스 타운’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GS그룹은 이후 공연장을 리노베이션한 뒤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일본 출신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마곡 LG아트센터는 역삼 LG아트센터의 2배 규모다. 단관 공연장이었던 역삼 LG아트센터와 달리 그랜드 씨어터(1335석)와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최대 365석) 등 2개의 공연장을 갖췄다. 기대를 모으는 개관 프로그램은 상반기에 공개된다.
2016년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 건물을 매입한 서울문화재단은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난해 10월 예술인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예술공유 플랫폼 ‘예술청’을 개관했다. 올 6월에는 센터 내 공연장(최대 372석)도 연다. 연극 무용 음악 다원예술 등 다양한 공연예술 장르를 담아내고 특히 서울지역 자치구 공연장과 연계해 유통망도 확보할 계획이다.
마포문화재단은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대극장을 3월 정식 재개관한다. 마포문화재단은 2019년 8월부터 무대와 시설 개선에 초점을 맞춰 공사를 진행했다. 이번 공사로 기존 733석이었던 아트홀맥 대극장은 대규모 공연도 가능한 1004석으로 커졌다. 이로써 서울 기초문화재단 중 1000석 이상의 공연장을 갖춘 곳은 충무아트센터에 이어 마포아트센터까지 2곳이 됐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