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상·도발적 실루엣… 내년 ‘보상패션’ 거리 누빈다

입력 2021-12-29 04:03

내년 패션 트렌드를 대표하는 말은 ‘화려한 색상’ ‘창의적 패턴’ ‘과감한 실루엣’으로 예측된다. 화려함으로 팬데믹의 우울한 분위기를 뒤집는 이른바 ‘보상패션’의 등장이 예고됐다. 패션업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은 물론이고 가상공간에서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28일 삼성패션연구소의 ‘2022년 패션시장 전망 및 2021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패션시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의 빠른 회복이 핵심 키워드다. 팬데믹 2년의 패션 트랜드는 ‘원마일 웨어’ ‘라운지 웨어’였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편한 복장이 흐름을 탔다. 내년에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창의성과 화려함으로 요약했다. 보고서는 “억눌렸던 팬데믹 기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보여줄 수 있는 경쾌한 색감, 다채로운 꽃무늬나 프린트 등으로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상패션이 취향과 창의성 존중의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소비자는 완벽하게 자신의 취향을 저격할 때에만 지갑을 여는 것이다. 동시에 창의적 방식으로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대거 등장한다. 보고서는 “1990년대 세기말 패션의 재등장,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실루엣 아이템, 재택 패션을 대신하는 화려하고 대담한 파티룩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삼성패션연구소는 메타버스를 내년 패션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는 분석이다. 이미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구찌의 가상스토어 ‘구찌빌라’에선 신상품 가방을 판매한다. 디오르, 랄프로렌 등도 메타버스 에 입점했다. 나이키는 가상 패션전문 NFT스튜디오 ‘RTFKT(아티팩트)’를 인수했고 버버리, 돌체앤가바나도 NFT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차별화된 경험’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얼마나, 남다른 경험을 제공하면서 시장을 공략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패션 브랜드’라는 영역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했다. 최근 패션업계가 식음료 분야로까지 확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일치한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가 사회 전체에 피로감을 주고, 회복국면에 접어든 패션시장이지만 코로나 이전의 속도감 있는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급격해서 불안했던 사회적 변화의 속도는 안정적으로 숨을 고르고, 패션시장은 이전의 규모로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 힘껏 페달을 밟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올해 패선 트랜드는 라운지 패션, ‘레깅스-골프웨어-테니스웨어’로 이어지는 클럽 스포츠 부상, 명품과 희소성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기 상승으로 대표된다. 팬데믹 2년차인 올해는 지난해보다 시장 상황이 좋아졌다. 지난해 의류업계 대부분이 역성장을 했으나, 올해는 반등 기회를 잡았다. 명품이 중심이 된 ‘보복소비’에 패션업계가 함께 올라타면서 실적 상승을 끌어낼 수 있었다.

패션업계는 4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4분기는 고가의 아우터를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전통적 성수기다. 업계에선 지난해보다 20% 안팎 성장을 예상한다. 다만 2019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지배적인 예측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좋아졌다고 해도 예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에 따라 내년 전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