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가스요금 대선 후 인상, 국민을 바보로 아나

입력 2021-12-29 04:03
정부는 지난 20일 물가 안정을 위해 내년 1분기까지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만인 27일 이번에는 내년 2분기부터 전기 및 가스요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요금 인상 시점을 내년 대선(3월 9일) 이후로 적용키로 한 것은 누가 봐도 국민을 바보로 아는 처사다. 서민 경제와 물가에 직결되는 공공요금을 대놓고 대선과 연계하는 정부의 행태는 염치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내년 전기요금을 올해보다 킬로와트시(㎾h)당 11.8원(10.6%)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 4월에 4.9원을, 10월에 4.9원을 추가로 올린다. 여기에 별도로 고지되는 기후환경요금도 내년 4월부터 ㎾h당 2.0원 인상된다. 이를 합치면 내년 4월 4인 가구(월평균 304㎾h 기준)의 전기요금은 평균 2097.6원 오르고 10월부터는 3587.2원을 더 낸다. 가스요금은 내년 5, 7, 10월 세 차례 인상된다. 가정용의 경우 현재 평균 2만8450원에서 10월 3만3050원으로 오른다고 한국가스공사는 설명했다. 내년 4~10월 7개월간 5차례의 공공요금 인상이 확정된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2013년 이후 8년 만이고 가스요금은 지난해 7월 이후 계속 동결됐다. 전기요금이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인 것도 1981년 이후 처음이다. 공공요금의 인상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각종 연료비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급등했다. 천연가스는 지난해 말 대비 20% 이상 올랐고 두바이유는 배럴당 40달러에서 최근 80달러대로 치솟았다. 내년에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정부는 그러나 이 같은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가격을 억지로 눌러막기에 급급했다. 지난해 말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하는 시스템을 세웠다고 했으나 매번 코로나, 고물가를 이유로 가격을 동결시켰다.

정부와 이들 공사는 대선 후 가격 인상에 대해 코로나로 힘든 국민의 부담을 고려해 요금 조정 시기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이 정부는 대선 전 국민과 대선 후 국민이 서로 다르다고 여기는 듯하다. 전기·가스요금의 인상 발표로 내년 다른 공공요금 인상이 줄을 이을 것이 뻔하다. 올해에 이어 내년 소비자물가도 2%대 고공행진이 예상되는데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생겼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집권하더라도 현 정부가 떠넘긴 물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담이 커졌다. 생색은 있는 대로 내고 책임은 지지 않는 행태가 임기 내내 변치 않는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