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없다. 명백히 나 혼자다. 이 사실은 편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외롭고 심심하게 만든다. 심심하다고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지 않는다. 시시때때로 일상을 공유하며 수다를 떨어줄 친구는 곁에 없다. 그저 매일 혼자서 요리하고 산책하며 원고를 쓴다. 이 세 가지를 제외하면 멍하니 앉아서 상상하곤 한다. 이렇게 상상하는 시간에 가장 시적인 문장들이 많이 떠오른다.
밤이면 머리를 쉬게끔 둔다. 이때는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아무나 붙잡고 춤추며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매번 꿈을 접는다. 혼자라도 바깥에 나가서 놀면 좋으련만 집 주변이 번화가임에도 오후 8시만 넘어가면 동네가 조용해진다. 이곳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대부분 일찍 집으로 돌아간다. 드라큘라가 실존하기라도 하는 걸까. 드라큘라를 피해서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건지 문득 궁금해진다.
공허한 시간이 찾아오면 영화를 두세 편씩 보기도 하는데 책을 읽은 지 오래돼 늘 책이 가장 그립다. 책이 그리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전자책을 알아봤다. 예전에 한 시인이 전자책은 불편해서 손이 가질 않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었다. 그 뒤로 전자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편해도 책이 그립기에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결제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물 소설.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전자책의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라서 그런지 스마트폰으로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는 일이 내겐 수월했다. 이불로 온몸을 덮고서 한 손으로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편안했다. 절대 잃어버릴 리 없는 책갈피도 무한으로 제공되고 좋았다. 주변 사람의 말만 듣고 여태 전자책이 불편하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역시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 편할 걸 평생 모르고 살 뻔했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