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경기 순서 조작을 인정하고 책임 PD와 연출자 등을 교체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종영된 ‘골때녀’ 시즌1에서도 편집 조작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SBS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골때녀) 편집 논란과 관련해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팀을 재정비하기 위해 오는 29일 방송은 결방한다.
‘골때녀’의 경기 조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BS 측은 “시즌 1, 2의 모든 경기를 자체 조사한 결과 일부 회차에서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시즌1은 지난 6월 16일부터 10월 6일까지 방송됐다. 방송사 측은 경기 순서가 뒤바뀌긴 했으나 경기의 승패가 바뀐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개그맨, 모델, 가수 등 여자 연예인들로 구성된 축구팀의 경기를 보여주는 ‘골때녀’는 올해 가장 사랑받은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지난 19일 열린 ‘2021 SBS 연예대상’에서 ‘골때녀’는 최우수 프로그램상 등 6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22일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 경기에서 경기 순서가 조작됐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이후 다른 경기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지난 24일 제작진은 조작 사실을 인정하며 두 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시청자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 해설을 맡은 배성재 아나운서는 잘못된 경기 정보를 전달했다며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배 아나운서는 경기 순서가 바뀐 영상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대본대로 녹음했다고 해명했다.
대중의 비판은 프로그램에 감독으로 출연한 김병지 황선홍 이천수 최진철 최용수 이영표 등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로도 번지고 있다. 실제 경기 상황과 다르게 편집된 방송을 보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제작진 교체에도 불구하고 ‘골때녀’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의 공정성이 의심 받게 된 이상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전달되기 어려울 수 있다. 방송가에서 프로그램 조작은 민감한 문제다. 과거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제작진이 투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담당 PD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걸그룹 선발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 역시 투표 조작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