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4개 사건 수사가 해를 넘길 전망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27일 “(윤 후보를 입건한 사건들의) 연내 처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우선 4개월가량 전력을 다해 매달려온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를 불구속 기소, 윤 후보를 무혐의 처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처분 시점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직권남용 혐의의 핵심 구성 요건으로 꼽히는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한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손 검사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마저 기각된 뒤로는 ‘윗선’ 수사 동력이 바닥난 상태다.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한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 수사는 손 검사가 이달 초 병원에 입원한 후 답보 상태다. 지난 6월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한 ‘옵티머스 사건 부실 수사 의혹’ 사건도 무소식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다”고 언급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수사 역시 최종 처분 시점은 해를 넘길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윤 후보 측의 서면진술서를 받아본 공수처는 한 달이 된 현재까지도 윤 후보의 대면조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법조계는 내년 3월 대선이 임박해 수사 결론이 나올 경우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현재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중에서도 특정 후보와 연관된 사건을 주로 수사하고 있고, 직접 인지한 사건은 없어 보인다”며 “대선이 임박해 사건을 처리하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공수처가 언론인 등을 상대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까지 들여다 본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조직 내부 분위기도 위축된 상황이다. 본보 전·현직 법조팀 기자들도 공수처로부터 15건 이상의 통신자료 조회를 받았다. 정 회장은 “조폭, 보이스피싱 사건 등과 달리 언론인·공직자의 통화 상대를 조회하는 건 사찰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