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계엄군이 시체처리팀을 두고 50여구의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시 광주역 외에도 최소 7개소 이상 지역에서 집단발포가 벌어졌다는 사실도 추가 확인됐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7일 출범 2주년 기념 대국민 보고회를 열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당시 시체처리팀이 광주교도소 인근 암매장된 시신을 처리하는데 운용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보안사가 주도한 정황도 진상을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계엄군 54명에게서 광주교도소 관련 최대 50여구의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민간인 12명이 광주교도소로 후송되던 트럭에서 질식해 집단사망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위원회는 “군 기록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동안 쟁점으로 남아 있던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자위권 발동 관여, 발포 명령 체계 실체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25인승 미니버스 피격 사건 당시 사망자 숫자가 17명이었다는 11공수여단 소속 최모 일병의 진술도 공개했다. 군 기록에 적시된 11구보다 6구 많다. 계엄군 증언에 따르면 당시 시체 수습을 위해 공수부대 4팀이 광주에 다시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1980년 5월 20일 광주역뿐 아니라 근처인 대인동, 동명동, 신안사거리, 광주시청 등 최소 7개소 이상 지역에서 사격 사실을 확인하고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계엄군 1800여명의 증언을 토대로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한 후 시신을 훼손하는 등의 참혹한 살상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보상심의자료에 따르면 총상 피해자는 360명 이상, 대검에 의한 부상은 90건 이상이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광주진압작전을 건의한 문서에 ‘Good Idea(굿 아이디어·좋은 생각)’라고 발언한 사실도 공식 확인됐다. “2군사령부 작성 문건인 ‘광주권 충정작전 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에 5월 23일 진종채 2군사령관이 충정작전을 건의한 문서에 ‘閣下(각하)께서 Good Idea’라고 발언한 사실이 기재돼 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5월 21일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한 회의 서류에도 ‘전(두환) 각하 : 초병에 대해 난동 시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라고 적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공수부대에 ‘진돗개 하나’ 발령 조치가 하달된 사실도 드러났다. 실탄분배와 발포가 허용되는 조치다. 위원회는 “왜 기록이 누락됐는지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