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지배종 된 美, 1년 만에 하루 확진 평균 20만명 넘어

입력 2021-12-28 04:02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인근에서 2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빽빽이 줄을 서고 있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25일 기준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올해 1월 이후 약 1년 만에 다시 20만명을 넘어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최악의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미국의 코로나19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다시 20만명을 넘어섰다.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 위험도가 낮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지만 빠른 확산세가 이런 이점을 상쇄해 사망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성탄절인 25일 기준 미국의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주 전보다 69% 증가한 20만133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돌파한 것은 지난 1월 19일 이후 11개월 만이다. 이미 지난여름 확산 때의 정점(16만4374명)은 훌쩍 넘어섰다. 확산세가 지속되면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최대 기록인 25만1232명도 조만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급증세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추운 겨울철이라는 조건에, 강한 전염성을 보이는 오미크론 변이 상륙이 더해진 결과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4일만 해도 델타 변이의 비중은 99.3%, 오미크론 변이는 0.7%였으나 불과 2주 만인 지난 18일 오미크론 변이가 73.2%를 차지하며 지배종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미크론 초기 감염자가 나온 미 북동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뉴욕에선 2주 새 확진자가 80% 이상 증가했고 워싱턴DC에서는 이달 초 대비 3배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남부 플로리다주에서도 이달 초 약 1300명이던 하루 확진자가 4배 가까이 늘었다.

입원 환자와 사망자도 함께 증가했다. 25일 기준 7일간의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2주 전보다 9% 증가한 7만950명을 기록했고, 하루 평균 사망자도 4% 늘어난 1345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확진자 증가에 비해 입원 환자와 사망자 증가율은 완만했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가 비교적 중증 위험도가 낮다는 최근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흐름이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오미크론 감염자는 델타 감염자보다 입원할 가능성이 60%가량 낮다고 밝혔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ICL)도 오미크론 감염자의 입원 확률이 40% 낮고, 중증으로 응급실에 갈 확률도 15∼20%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의 방역정책을 책임지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파우치 소장은 스코틀랜드와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온 최신 데이터를 언급하며 “(오미크론 변이는) 중증도가 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리는 이를 두고 자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인의 비율이 62%에 그친다는 점을 들며 “신규 감염자가 그토록 많다면 많은 감염자 수가 중증도 감소 효과를 무력화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의 백신 미접종자가 여전히 수천만명에 이른다며 “이들은 오미크론처럼 사람을 감염시키는 데 특출난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예일 의학대학원 연구자 아키코 이와사키도 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다른 국가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 가정할 수 없다”며 “지역마다 인구 구성과 의료체계 접근성, 백신 접종률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