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반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고요, 내년에는 ‘꾸준함’으로 하고 싶습니다.”
고진영(26·사진)은 27일 화상 인터뷰에서 “올해 시즌과 내년 시즌을 키워드로 표현해달라”는 요구에 이같이 답했다. 올해는 우여곡절 끝에 좋은 결과를 냈지만 내년에는 기복 없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싶다는 의미다.
고진영은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지난 3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코로나19로 귀국길이 막혀 임종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부담감도 컸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지난 6월까지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7월 초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뒤 고진영은 상반기에 대해 “‘골프 사춘기’ 같았다”고 얘기했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그는 놀라운 페이스를 보이기 시작했다.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고진영은 기세를 몰아 넬리 코르다(미국)와의 올해의 선수상 경쟁으로 관심을 끈 LPGA 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손목 통증으로 1라운드를 공동 25위로 출발하고도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고진영은 이 대회 우승으로 올해의 선수상, 상금랭킹 1위, 다승왕 등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다.
고진영은 올 시즌 최고의 순간으로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꼽았다. 그는 2019년에 이어 또 한 번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면서 한국인 최초 2회 수상자가 됐다. 그는 다음 시즌에 생겼으면 하는 일로는 “트로피를 드는 순간이 연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진영은 다음 시즌 목표와 관련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며 “체력적, 정신적, 기술적인 부분까지 다시 돌아보고 어떤 부분을 연습해야 할지 다 채워져 있고 계획도 세워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과정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계획이자 목표”라고 덧붙였다.
고진영은 내년 1월 12일 출국해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내년 시즌 출전할 첫 대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는 4주에서 5주 정도의 동계훈련을 통해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간다는 계획이다. 고진영은 “심폐지구력 강화를 위해 인터벌이나 서킷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며 “유연성 운동도 같이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내년 시즌에 LPGA 투어에 진출하게 된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내가 그런 말을 할 위치는 아니다”라면서도 “짐이 많아서 갖고 다니는 것 자체가 힘들고, 기술적으로 매주 경기 특성이 너무 달라 부딪치고 배우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 대회가 끝나면 바로 이동해 연습을 시작하는 생활이라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환경”이라며 “골프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지만, 그만큼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골프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LPGA 투어에는 퀄리파잉 시리즈를 통과한 안나린(25), 최혜진(22) 등이 참가한다.
고진영은 “골프를 재밌게 열심히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골프선수 고진영뿐 아니라 사람 고진영의 모습도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