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판을 새로 짜고 나섰다.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거나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식으로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7일 ‘수급난이 촉발한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변화’ 보고서를 발표하고 현재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내년에 생산 가능한 양을 20~30% 초과했다고 밝혔다. 평균 주문 후 배송기간도 지난 10월 기준 22.9주에서 한 달 만에 23.3주로 늘었다. 공급난이 심화되는 것이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업체들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포드는 글로벌파운드리와 반도체 공동개발 등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계획 중이다. GM은 NXP·퀄컴·TSMC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와 손을 잡을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도요타, 테슬라, 폭스바겐 등은 아예 ‘반도체 내재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글로벌 완성차·부품업체들은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을 줄이는 적시생산시스템(JIT) 방식에서 주요 공급처 의존도를 줄이고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 숫자를 축소하고,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반도체를 쓰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테슬라, 폭스바겐, 닛산 등은 소프트웨어를 재설계해 차종마다 따로 주문제작하던 반도체 칩을 범용 칩으로 대체했다. GM은 현재 사용 중인 반도체를 3개 제품군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폭스콘과 새로운 반도체 제품군 4종을 개발해 칩 수요의 80%를 대체할 예정이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은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질화갈륨(GaN) 반도체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ST마이크로와 온세미컨덕터는 SiC 생산업체를 인수했고, 인피니언은 오스트리아와 독일 공장을 확대해 차세대 전력 반도체를 증산할 예정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