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맞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17일 사망한 13일 뒤인 같은 달 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되며 북한 최고 지도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나이 27세 때였다.
김 위원장은 2016년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에 추대됐다.
김 위원장은 집권 10년 동안 내부적으로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외부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했다.
북한이 이번 주 개최할 노동당 전원회의는 내년도 북한의 대내외 정책을 예측할 수 있는 중대 회의다. 김 위원장이 직접 지난 10년을 결산하고 대남·대미 메시지를 포함한 대외 정책 구상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정부는 올해 말과 내년 초가, 남북 관계가 평화의 국면으로 갈지 교착 국면이 장기화할지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도 대화의 문을 열고 관여와 협력의 길에 나서는 것으로 새해 첫걸음을 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게 앞으로의 10년은 ‘선택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핵·미사일 고도화를 통해 ‘핵보유국’으로 나아가면서도 경제난 타개를 위해 대외관계 변화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외교적 보이콧 논란에 휩싸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참석 여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정은, 이제는 ‘핵보유국’으로
김정일 전 위원장은 집권 18년 동안 16회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10년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3회를 포함해 모두 62회의 탄도미사일을 쏠 정도로 거침없었다. ICBM ‘화성-15형’을 발사했던 2017년 11월 29일 김 위원장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10년 동안 김 위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되돌릴 수 없는’ 핵·미사일 전력을 먼저 구축한 뒤 ‘부분적·선택적 핵전력 폐기’를 통해 반대급부를 얻기 위한 거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김 위원장의 의중에 ‘완전한 비핵화’는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핵물질 생산, 핵 발사 수단, 핵 기술, 핵 과학자까지 모두 갖춘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라며 “이런 국가가 역사상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 적이 없다.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핵군축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 과정을 쏙 빼놓은 ‘한반도 종전선언’이 미국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정은표 경제’ 코로나에 휘청
종전선언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종전선언보다 시급한 건 경제난 극복이다.
김 위원장은 경쟁과 혁신,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김정은표 경제’를 내세웠다. 집권 초부터 2016년까지는 1%대의 연도별 경제성장률을 찍으며 나름 선전을 했다.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꺾이기 시작했지만, 주로 수출과 연관된 광업·중공업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체감은 덜했다.
민생경제에 실질적 충격을 던진 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였다. 수입 급감은 농림·어업·경공업·서비스업까지 모든 산업에 피해를 입혔다. 대북제재 강화 직후인 2017년 마이너스 3.5%였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마이너스 4.5%까지 떨어졌다.
경제난에 따른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김 위원장이 들고 나온 것은 ‘자력갱생’과 ‘우상화 작업’이었다. ‘김정은주의’가 이례적으로 생전에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 한계…종전선언 재고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변화를 위한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우리 정부는 기존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고 남남갈등만 생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군비통제적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관계가 악화돼도 2016~2017년의 위기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군사적 조치인 9·19 군사합의가 존속했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북 간 군사 문제를 앞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원곤 교수는 “정부는 종전선언이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국의 기본 인식을 직시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낼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의 지원 등이 있어 김 위원장이 다른 선택을 하는 가능성은 당분간 크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가 서로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